[더 리포트] 최초의 잠수함과 최초의 타자기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일단 타자기부터 보자.

거의 매일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우리가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면 그것은 컴퓨터 아닌 타자기 발명가에게 해야 한다.

타자기의 원리를 발명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L. 숄즈(Christopher L. Sholes, 1819~1890)이다. 여기엔 탄생 비화가 있다.

슐즈는 철공소 직원이었다. 그는 동료와 ‘책 페이지 번호 달기 기계’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기계로 숫자와 함께 글자까지 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쇄소 동료의 도움을 받아 타자기를 만들어 특허 등록을 했다. 1868년 6월의 일이었다.

이 타자기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 특허를 기반으로 1874년 재봉틀과 총기 제작사인 ‘레밍턴 총기회사’에 의해 생산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20년 전동식 타자기 발명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잠수함 이야기다. 잠수함의 시조는 1600년 네덜란드 출신의 코넬리우스 드레벨(Cornelius van Drebbel)이다. 그가 만든 잠수함(정확히는 잠수정)은 물속에서 노를 젓는 통 형태였다. 수면 아래 4~5미터를 잠수해 3.2킬로미터를 운행했다.

이후 데이비드(David Bushnell, 1742~1824)이 좀 더 개량된 잠수함을 만들었다.

슐츠의 타자기와 버쉬넬의 터틀.
슐츠의 타자기와 버쉬넬의 터틀. (사진 지식백과)

당시는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던 시절이었다. 예일대학에 다니던 버쉬넬은 전쟁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좀 더 효율적인 전투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하여 영국 군대와 싸우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잠수함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 발상은 물위를 떠다니는 술통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해서 1775년 잠수정이 만들어졌다. 마치 세워놓은 달걀 형태의 타원형 모양이었다.

‘터틀’이라는 이름을 단 이 잠수함의 크기는 딱 술통 정도.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배 안쪽과 위쪽에 스크루(추진기)를 달았다. 두 발로 배 밑바닥에 있는 핸들을 구동시켜 작동했다. 선박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는 ‘드릴’이었다. 적함의 밑바닥을 뚫고 폭약을 설치해 폭파시키는 방식이었다. 이 잠수함은 실제로 1776년 실전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최초의 타자기와 잠수함의 공통점은 재료가 목재라는 사실이다. 타자기는 그렇다 해도 잠수함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전엔 기기나 도구가 나무인 게 많다. 정약용의 거중기도 나무였고 거북선도 나무였다.

골프채 중 드라이버와 아이언 사이에 '우드'라는 중간 비거리를 내는 도구가 있다. 많은 골퍼들은 티타늄으로 된 채 이름이 왜 우드인지 의아해 한다. 답은 같다. 예전엔 재료가 나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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