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 1920∼1991)는 체코 출신의 유명한 미디어 철학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말한 마셜 맥루한과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되는 학자다. 

그는 인류문화사를 코드 발전의 역사로 간주한다. 인류의 역사를 지배해 온 세 가지 중요한 코드로 그림, 문자, 기술적 형상을 꼽는다.

선사시대 인간들이 조각과 그림을 남겼다면 문자 문화의 인간은 조각과 그림을 언어로 풀어냈다. 디지털 시대에는 언어보다 추상화된 픽셀을 이용한다. 이제 픽셀(0차원)로 추상화 단계를 거친다. 전자책이 대표적이다.

<전자책 이용자의 독서문화와 콘텐츠 이용 변화에 따른 인식사례 연구-플루서의 코무니콜로기를 중심으로 = Research on the Reading Culture of Electronic Book Users>(조지혁,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2019)은 이 플루서의 이론을 바탕으로 전자책이란 독서문화를 살펴봤다.

연구 결과 세 가지 긍정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하나는 현재 종이책과 전자책 경계는 무너졌다는 점. 특히 영상시대의 독자들에게 그 구분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또 하나는 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자책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공간성’과 ‘시간성’에서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전자책이 정보 전달 부문을 검색을 통해 확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양방향 독서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으며, 독자는 ‘망형 대화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하나의 주체가 되어 독서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그 안에서 서로 공감하고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루서는 대화의 종류를 원형 대화와 망형 대화로 구분한 바 있다. 원형 대화란 원탁의 구조를 가지는 위원회, 실험실, 회의, 의회의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말한다. 망형대화는 민주적인 '열린 회로(open circuits)' 형태다. 대표적인 예가 잡담, 수다, 소문 같은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요인도 있다.

먼저 전자책을 통한 독서는 종이책에 비하여 집중도가 떨어졌다. 완독, 정독에 이르지 못하고, 간단한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중적 기만’을 일으키는 무분별한 콘텐츠의 범람이다. 온라인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거나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 형태의 정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환경은 전자책 독서문화에 대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전자책은 더욱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독서문화를 만드는데 주축이 될 수 있다”며 “정보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과제가 전자책 분야에서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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