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일하다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1911년부터 매년 3월 8일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펼쳐오다가 1975년 UN에 의해 공식 지정되었다.

책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어크로스. 2018)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얼마나 피해를 당했는지 알려주는 내용이 있다. 상나라와 주나라의 멸망에 두 여자를 희생양 삼은 사례다.

상나라와 주나라의 멸망과 관련한 전설에 따르면 두 왕조는 각각 달기와 포사라는 여인 때문에 멸망했다.

상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은 전쟁에 나갔다 달기라는 여인을 뺏어 데려왔다. 그런데 그 여인이 왕을 유혹해 타락시켰다. 둘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잔치를 벌여 포로들에게 잔혹한 짓을 저질렀다. 이웃 왕은 둘의 나쁜 행실을 핑계 삼아 상나라를 공격했고, 새 왕조인 주에 권력이 넘어갔다.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주나라의 멸망도 비슷하다. 주의 마지막 왕인 유왕은 평소 포사라는 여인을 총애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웃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왕은 그녀를 웃기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 적이 침략했을 때 사용하는 봉화를 올려 모든 제후들을 헛걸음하게 했다.

포사는 중무장하고 득달같이 달려온 제후들을 보고서야 깔깔 웃었고 왕은 크게 기뻐했다. 이후로도 왕은 포사를 위해 자꾸 거짓 봉화를 올렸고, 진짜 적이 쳐들어왔을 때는 제후들이 장난이라 여겨 결국 정복당했다.

상나라와 주나라 같은 왕조가 멸망한 데는 다른 귀족 가문의 세가 커지고 이에 따라 왕권이 약화된 것이 주된 이유다. 또한 몽골 기마민족의 침략이라는 외부적인 요인도 복합적으로 적용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여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진짜 이유와 실책이 은폐되는 게 믿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책은 역사책에 여성의 이름이 유독 적다는 의문에서 출발해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역사 속의 '여성'을 복원한다. 당당히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한 여성의 역사를 전하는 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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