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의 심리학>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작정하고 속이면 피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있다. 사기꾼들이 상황을 설정하고 배우로 여러 사람을 등장시키면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기꾼들이 흔히 사용하는 ‘바람잡이 효과’라는 심리 트릭이 있다.

예컨대 A씨는 비자금 돈세탁을 도와주면 수수료 명목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수억 원을 사기당했다. 해외여행 중 외국계 자산 관리업체 사장을 사칭한 사기꾼을 만나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사기꾼을 소개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여행사 가이드였다. 가이드 역시 사기꾼과 한패였다.

여기서 가이드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소개한 사람과 소개받는 사람의 관계가 긴밀할수록 속임수에 걸려들 확률이 높지만, 누군가가 가짜를 진짜 유명한 전문가라고 소개해주면 스스로 전문가라고 사칭하는 경우보다 속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바람잡이들은 사기꾼의 신뢰도를 높여 상대가 믿게 만든다.

보이스 피싱 범죄에서도 바람잡이 심리 트릭이 사용된다. 국민건강보험 환급 빙자형 사기의 경우 먼저 국민건강보험이라며 문자메시지가 온다. 초과 납부한 금액을 환급받으라는 메시지다. 전화를 걸면 상담원 역할의 사기꾼이 상세 내용을 전달한다. 피해자가 환급 방법을 물으면 상담원 역할의 사기꾼은 자신은 상담원이라며 환급 담당자가 연락할 거라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앞으로 전화할 사람이 전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환급 팀장 역할의 사기꾼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사기꾼은 피해자에게 행동을 지시한다. 문자와 상담원, 환급 팀 순서로 여러 단계를 거치며 신뢰도를 높인 사례다. 속임수의 실체와 작동 원리를 일러주는 <속임수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2018)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누군가 소개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쉽게 경계심을 푼다고 지적한다. 실생활에서 바람잡이 모습도 덧붙였다. 비서나 운전기사가 사기꾼을 ‘회장님’ 또는 ‘사장님’이라 높여 부르며 깍듯이 대우하면 주변 사람들은 사기꾼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다. 또 성형외과, 치과,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도 ‘사무장’이나 ‘상담 실장’의 형태로 마주칠 수 있으니 반드시 항상 경계하고 될 수 있으면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를 먼저 만나야 한다고 전한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