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조랭이떡국을 아는가. 흰떡 모양이 마치 누에고치를 닮아 있는 떡국으로 과거에는 경기도 개성 지방의 음식이었다. 당시로는 수작업을 거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지만, 여기에 얽힌 야사는 개성 사람들의 분노와 한이 숨겨져 있다.

위화도 회군으로 정치 군사권을 장악한 이성계는 집권 후 왕씨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태조 3년 4월 14일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왕씨들을 모두 없애기 위해 관헌들을 삼척, 강화도, 거제도로 급파한다.

이성계는 고려 왕족인 왕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씨가 마르도록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강원도와 강화도 거제도의 섬을 내주겠으니 거기에서 평민으로 살라고 하며 전국에 방을 붙여 모이게 했다.

미리 구멍을 뚫어 놓은 배에 그들을 태우고 침몰시켜 왕씨들을 바닷속에 수장시켰고, 살아남은 이들도 파견된 관헌들에게 목숨을 빼앗겼다. 왕씨들은 살아남기 위해 성씨인 왕(王)자에 획을 추가해 전(全)씨, 옥(玉)씨, 전(田)씨 등으로 살았고 아예 군주를 뜻하는 용(龍)자를 택해 사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지만, 권력을 모두 빼앗기고 힘없는 상민으로 전락해 복수할 길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분풀이라고는 태조 이성계의 목을 조르는 형상의 조랭이떡을 만드는 것이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팜파스.2017)가 전하는 이야기다.

예부터 떡국은 설날이면 만들어 먹는 세시 음식이다. 또 새해 차례 때 먹던 음복(飮福)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복을 불러오는 전통 음식이기도 하다. 해마다 먹는 음식에 개성 왕씨들의 한이 서려있다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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