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인훈 작가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노회찬 의원이 생을 달리하던 날 우리는 또 하나의 별을 잃었다. 한국 문학의 거인 최인훈 작가다. 존재 자체로 든든했던 거장과 헤어짐은 현대의 정신적 빈곤함을 더 진하게 한다. 하지만 선생은 우리의 공허함을 예견이라도 한 듯 산문집 <길에 관한 명상>(2010.문학과지성사)에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이렇게 남겼다.

“만남과 헤어짐은 무릇 온갖 있는 것들을 이루는 올과 결이다.” (123쪽)

선생은 만남과 헤어짐으로 직조된 인생을 신화라 정의하기도 했다. 인생의 행사인 만남과 헤어짐을 깊이 느낀 사람은 자신이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대목이다.

“사람의 평생을 돌이켜보면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이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어머니라는 존재이다. 어머니를 처음으로 일생 동안 사람은 사람을 만나는 일로 자기 생애를 채운다. 누구든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나’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만남은 이편의 마음대로 안 된다. 두 손바닥이 울려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나를 만나기 위해서 어떤 남이, 내가 모르는 데서 태어나서 나를 만나기 위해서 숱한 세월을 살아온다. 그러다가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다. (중략) 누구든지 만나서 놀라보고, 헤어지면서 울어본 사람이면 다 경험해본 영혼의 어질머리일 뿐이다.

이 평범하고도 신비한 인생의 행사인 만남의 경험을 깊이 느낄 때, 사람은 바로 자신이 신화의 주인공임을 알게 될 것이다. 신화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이 깊게 살아갈 때 그 인생을 부르는 이름이다.”

소설가이자 철학자, 오로지 후학을 가르치고 읽고 사유하고 쓰는 스승이었던 그가 생각하는 만남과 헤어짐이다. 인생의 행사를 깊게 느끼고 있다면 우리도 신화의 주인공인 셈이다. 선생은 영면에 들었지만, 그가 남긴 글은 위안과 통찰로 남는다.

책은 그의 네 번째 산문집이다. 1970년대 말에서 지금까지 여러 주제에 대해 쓴 산문을 엮었다. 위 발췌문은 저자의 희곡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가 공연될 때 쓴 글이다.

<길에 관한 명상>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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