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민주주의를 찾아라> 장성의 지음 | 방상호 그림 | 풀빛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지난 2003년 10월 우리나라에서 법정에 도롱뇽이 서는 희한한 소송이 벌어졌다. 물론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대신 나섰지만 논란의 중심은 도롱뇽이었다.

경상남도 천성산에서 살아가는 꼬리치레도롱뇽들이 이 산을 꿰뚫고 지나는 경부 고속철도 건설 공사를 중단하라는 소송이었다. 아주 깨끗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희귀 생물종으로 그만큼 보존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원고 부적격 판결로 소송에서 졌다.

반면 동물이 원고로 나서 승소한 사건도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의 사이에스산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가 터널 공사를 막기 위해 이 산에 서식하는 토끼를 원고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재판은 무려 30년을 끌었지만, 터널 공사로 주변 지역 온도가 올라 토끼의 생존을 위협할 거란 주장이 받아들여 1999년 토끼의 승리로 끝났다. 동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재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이 아니라 어린이나 청소년이 환경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1990년 필리핀에서 40여 명의 어린이가 원고로 나서 열대림 벌목 금지 소송을 냈고 법원은 1993년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인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벌목 허가 취소하며 승소했다.

또 네덜란드에서도 청소년이 중심이 된 900여 명의 시민이 정부를 상대로 환경보전과 관련한 소송을 내 이긴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낙동강 재두루미 원고로 한 소송과 2000년 서해안 새만금 갯벌 간척 사업을 막으려고 어린이들이 참여한 소송이 있었지만 도롱뇽 소송과 같이 원고 부적격 판결로 패소했다. <사라진 민주주의를 찾아라>(풀빛.2018)가 소개한 내용이다.

책은 자연물과 동식물을 포함한 생명세계에 법적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는 세계적 흐름을 언급했다.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생태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파괴적 성장을 지양하고 환경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데 정치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주류의 가치관과 사뭇 다른 의견이지만, 환경문제가 생존과 직결됨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 더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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