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윤혜란 기자]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상상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상의 고마움이다.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동양북스, 2018)은 한 호스피스 전문의가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20년간 약 2800명 환자들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오늘을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전한다. 그 중 '기적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챕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는 평소 ‘돈이 갖고 싶다.’, ‘출세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등등 다양한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이러한 욕망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병이 들거나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욕망의 방식이 변한다. 전에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삽관이 아닌, 내 입으로 한 번 식사하고 싶다’고 하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시 한 번 내 다리로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한다. 즉,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을 그리워하게 된다.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진이나 화재와 같은 재난을 만나거나, 자신 혹은 가족이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날’을 의식한다. 이렇듯 비일상(非日常)이라고 여기는 세계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전까지의 일상을 돌아본다. 그러면서 자신이 수없이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늘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라는 의식을 가짐으로 일상생활을 소중한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비일상을 품은 채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로한 부모가 병들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대다수의 사람은 아마 필사적으로 병구완을 할 것이다. 개중에는 일을 팽개치고 병구완에 전념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10년 혹은 20년 동안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늘 똑같이 온 정성을 다해 아프신 부모님을 돌볼 수 있을까?

비일상(非日常)이라는 게 참으로 가혹하고 힘든 일이다. 인간은 비일상이 오래 지속되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해 ‘비일상을 잊자, ’일상으로 돌아가자‘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의식하면서 계속 생활하는 게 어려운 이유다. ’늘 긴장한 채 매일을 산다‘는 건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나날이 오랫동안 계속되는 일상과 일시적으로 뭔가에 집중하거나 일상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비일상. 저자는 일상과 비일상, 이 둘의 소중함을 알고 적절히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만약 하루하루가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가끔이라도 ‘오늘이 인생 마지막’날이라고 상상하며 비일상의 시점으로 일상을 바라보라. 그러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평소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날인지 알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평범한 일상은 모두 기적인 셈이다. 그 어떤 성공의 날들도 평범한 일상을 당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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