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식 지음 |재승출판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이 기이한 생물은 뭘까. 머리는 황소에 근육질의 몸과 손은 사람의 것이다. 수평선 멀리 바라보는 반인반수의 뒷모습에 호기심이 동한다. 그림은 조지 프레더릭 와츠의 <미노타우로스>다.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타 왕국의 왕 미노스의 왕비였던 파시파에가 황소와 사랑을 나눠 태어난 반인반수다. 미노스는 아내 파시파에가 괴물을 낳자 수치심에 미노타우로스를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미로감옥 미궁(迷宮)에 가두었다. 해마다 미로 안에 7쌍의 젊은 여성과 남성을 먹이로 주었다. 희생 제물은 속국 아테네로부터 조달했고, 아테네에서는 매년 제비뽑기로 희생 제물을 선발해야 했다.

영국의 화가였던 조지 프레더릭 와츠는 신화를 통해 당대 영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려 했다. 당시 영국은 매춘에 관한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작가는 매춘에 내몰린 십 대 소녀들과 그런 소녀들을 탐하는 남성들의 추악한 욕망을 그림으로 빗댔다. 그림을 자세히 보자. 미노타우로스의 손은 무엇인가 움켜쥐고 있다. 바로 순수하고 연약한 영혼을 가리키는 새를 앞발로 붙들고 있다.

와츠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얼마 후 영국 의회는 13세였던 매춘 허용 연령을 16세로 올렸다. 미술이 ‘불안’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피는 <불안의 미술관>(재승출판.2018)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뭉크, 뒤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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