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틀딱’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SNS를 기반으로 퍼진 젊은 세대가 쓰는 용어다. ‘틀니 딱딱’의 줄임말로 틀니를 착용할 법한 노인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말이다. 세대 간 혐오와 갈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해 탄핵 정국을 전후해 퍼졌다.

지금은 대상 범위가 넓어져 ‘연장자가 전해주는 충고, 경험, 지식을 꼰대 짓으로 비하하거나 잔소리, 간섭이라 여길 때’ 폭넓게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사악하고 난폭한 프레임 안에 고정된 노인 대부분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이런 신조어 탄생과 확산은 그저 철없고 과격한 젊은 세대만의 탓일까.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갈매나무.2018)는 이는 세대 간에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 때문이라 말한다.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자식을 존중해주었다면, 그 부모는 노인이 되어서도 일관되게 자식을 존중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간관계의 패턴이 쉽게 변하지 않아서다.

반대의 경우 자식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고 그렇게 자라난 자식 세대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어렵다. 설사 노골적으로 부모에게 혐오나 증오심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사회적 차원에서 노인 혐오를 뒷받침하고 확산시키는 심리적 기초가 된다고 덧붙였다.

성인이 된 자식의 정치적 의견을 묵살하고 힘들다는 호소에 배부른 소리라 핀잔주기 바빴다면 그것도 젊은 세대를 존중하지 않는 경우다.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한국사회의 한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의 이해 못 할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기에 앞서 자성해야 한다며 질문을 던진다.

“젊은 세대가 어른 세대로부터 존중받으며 자랐다면 노인들을 지금처럼 혐오했을까?”

책은 현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이야기한다. 공동체가 져야 할 책임, 공동체를 이루는 일원 하나하나가 해내야 할 역할들까지 날카롭게 짚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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