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 모제 지음 | 이주영 옮김 | 스테판 르멜 사진 | 책세상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일본에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높은 절벽 아름다운 풍광으로 매년 90만 명의 일본인들이 몰려드는 도진보 절벽이다. 그런데 이 절벽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자살절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본의 자살률은 미국의 세 배나 된다.
도진보 절벽은 일본에서 자살이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곳으로 악명이 높지만, 자살 방지 장치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신 이곳에는 수호천사가 산다. 선원 모자에 바람막이 재킷 차림으로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남자는 목에 하얀색 사각형 메달을 걸고 다닌다.
‘도진보의 수호천사’라는 글귀가 적힌 메달이다. 그는 은퇴한 경찰관 시게 유키오 씨다. 그는 은퇴 후 정부제도의 공백을 막고자 사비를 털어 도진보에 가게를 운영하며 절망한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을 한다.
그에 따르면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특징은 대개 짙은 색 옷을 입고 가방과 카메라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자살절벽에 찾아오는 절망이 드리워진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저 따뜻한 한마디 말을 건넬 뿐이지만, 7년 동안 248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인간증발>(책세상.2017)이 소개한 내용이다.
한국도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13년째 유지 중이다. 정부 차원의 대처도 절실하지만, 자살 예방에 필요한 본질은 ‘관심’과 ‘공감’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