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통찰 제작팀 지음 | 베가북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귀순 북한 병사 몸에서 기생충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우리 몸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 기생충의 역사는 최소한 3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끈질긴 생존전략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였다.

첫 번째 전략은 기생충은 그저 빌붙어 살 뿐 절대 숙주를 죽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몸 안에서 증식해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생존법을 택했지만, 기생충은 이와 다르게 상생의 길을 택했다.

두 번째 전략은 숙주와의 공존이다. 예컨대 파동편모충 계열의 기생충의 경우 혈액 내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다니며 사람을 잠에 곯아떨어지게 한다. 이른바 수면병을 앓는 것. 이는 숙주의 면역을 피하는 행위다. 또 근육 속에 숨는 선모충도 면역세포가 공간과 식량을 제공해주면 돌아다니며 전투를 벌이지 않고 스스로 갇혀 산다. 면역세포와 기생충의 휴전협정인 셈이다.

세 번째 전략은 생존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암수한몸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숙주를 속이는 전략이다. 연가시가 대표적이다. 보통 깨끗한 물에 서식해 곤충류에 기생하지만 번식을 위해서 반드시 물로 돌아와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가시는 숙주 안에서 특이한 단백질을 생성해 곤충이 본능을 거스르고 물로 뛰어들게 만들어 항문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간다. 다투지 않고 속여 손쉽게 승리를 거머쥔다. 이 밖에 숙주를 교란해 행동을 조작하는 창형흡충이나 중간 숙주를 거쳐 최종 숙주로 옮겨가는 톡소포자충 같은 기생충도 있다. <통찰>(베가북스)가 소개한 내용이다. 기생충만큼 상생의 비밀을 잘 아는 생물도 또 있을까 싶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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