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 홍경한 지음 | 김현길 그림 | 재승출판

▲ 청계천 시그니쳐타워 앞 <알비노 고래 Albino Whale>, 이용백 (사진=SNS캡쳐)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청계천로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청계천 인근 삼일교와 수표교 사이 시그니쳐타워 앞에 큼지막하게 세워진 뼈만 앙상한 하얀 고래다.

이 고래는 설치·미디어 아티스트로 유명한 이용백의 <알비노 고래 Albino Whale>이라는 작품이다. 무려 16m의 고래, 왜 몸통은 뼈뿐일까. 그 비밀은 여름에 풀린다, 앙상한 뼈는 작가의 계산된 장치로 여름이면 갈비뼈에서 분수처럼 물이 쏟아져 물줄기가 고래의 살과 근육이 된다. 뼈대에 스프레이 노즐을 설치해 물줄기가 아래쪽으로 토해지도록 설계해 여름이 되어야 고래다운 고래를 만날 수 있다.

알비노 고래에는 숨은 의미가 더 있는데 단어 그대로 ‘알비노’란 백색증이다. 피부나 모발, 눈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는 일종의 선천성 돌연변이 유전병이지만, 작가는 이 하얀 고래를 영묘하고 신비로운 대상으로 삼아 ‘큰일, 재물, 부자, 사업체’ 등 모두의 바람을 기원하고자는 의미를 담았다.

또 조형물을 보면 머리와 꼬리가 비이상적으로 크게 표현됐는데 여기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아주 오래전 석유가 지금처럼 생산되기 전, 유일한 기름산업의 원료였던 고래 머리는 중요한 에너지원이자 풍요와 번영을 상징했다. 이를 반영해 하얀 고래의 거대 머리는 기업의 풍요로움을 나타낸다. 우리가 몰랐던 공공미술의 의미와 상징, 가치를 전하는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재승출판.2017)가 소개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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