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민이언 지음 | 쌤앤파커스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슈퍼맨에게 망토란 뭘까. 사실 하늘을 날 때 망토는 공기의 저항을 극대화하는 방해요소가 아닌가.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쌤앤파커스.2016)의 저자는 초월적 능력이 아닌 합리적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배트맨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모순이라 지적한다. 쫄쫄이 타이즈의 남정네들이라니, 망토 빠진 슈퍼맨이나 배트맨은 소스 빠진 탕수육 느낌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에게 망토는 정체성과 같은 상징이다. 이를 바라보는 대중은 펄럭이는 망토로 속도감을 대리 체험한다. 이를테면 영화를 통해 대중이 소비하는 것은 실용적 기능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절대화한 이미지라는 설명이다.

책은 이처럼 현대인들은 꿈을 소비하는 존재라 정의한다. 철학자 보드리야르가도 따르면 우리는 일종의 ‘상징’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이 조금이나마 실현되었다는 대리만족을 즐긴다고 해석했다. 명품의 교환가치를 품질보다 ‘상징’에 두는 것도 상품을 둘러싼 역학관계, 즉 ‘차이’를 가진 데서 오는 만족감이라 덧붙였다. 슈퍼맨의 망토는 우리가 상품이 지닌 실질적 실용성보다 상징성을 더 욕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인 셈이다.

이처럼 슈퍼맨의 망토로 출발한 사유는 꿈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속성, ‘차이’를 갈망하는 소비하는 인간, 소비 심리 이면에 깔린 문제들로 확장된다. 책은 일상의 순간들에 존재하는 정서를 니체, 키르케고르, 들뢰즈 등을 통해 ‘철학적 사유’라는 흥미로운 키워드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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