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지음│파피에

[더 리포트=박세리 기자] '네 접시의 수프와 꿩 한 마리, 산처럼 쌓인 샐러드 한 접시, 아일랜드풍 스튜 한 접시, 햄 일곱 줄, 자고새 한 마리, 설탕에 절인 과일과 과자, 삶은 달걀.' 

‘태양왕’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먹은 한끼 음식이다. 하루 동안에 닭 50마리와 포도주 20리터를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동서양과 고금을 누비며 맛있는 음식 속에 담긴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은 <식탐일기>(정세진. 파피에)가 전하는 내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왕이나 권력자의 밥상은 산해진미로 가득했다. 이는 제왕 중에 대식가나 미식가가 많았다는 점이 방증한다.

'먹방일기'(정세진)
'먹방일기'(정세진 지음)

책에 따르면 대식이나 폭식도 대를 이었다.

루이 15세와 16세, 심지어 루이 16세도 대식가였다. 그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결혼한 당일 ‘숨도 쉬지 못한 만큼’ 많은 음식을 먹었다. 사형선고 후 독방에서 닭고기와 커틀릿, 베이컨 등 마지막 만찬을 욕심껏 즐겼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대 신라의 태종무열왕 김춘추는 하루 식사로 쌀 6말(108ℓ), 꿩 10마리, 술 6말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또 조선 시대 왕의 수라상도 남은 음식은 궁녀들이 먹었을 만큼 양이 많았다. 

대식의 반대 편은 '미식'이다. 그 한 예는 많이 먹는 문화를 ‘우아하게 먹는 문화’로 바꾼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다.

메디치 왕비는 이탈리아 명문가 출신으로 포크 사용법도 몰랐던 프랑스인들에게 셔벗과 마카롱, 죽순 맛이 나는 아티초크 등 이탈리아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공을 세웠다. 

책은 문학에 녹아든 음식 이야기를 26명의 역사 속 인물들과 연결지었다. '먹방'에 관심있는 이들로선 풍성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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