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이후 불평등이 가장 중대한 이슈임을 인식한 전 세계 경제학자 100여 명이 거의 모든 나라의 소득, 자산 불평등 데이터를 수집해 작성한 보고서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는 <21세기 자본> 이후 불평등이 가장 중대한 이슈임을 인식한 전 세계 경제학자 100여 명이 거의 모든 나라의 소득, 자산 불평등 데이터를 수집해 작성한 보고서다.

“독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미국 언론 <쿼츠>

[더 리포트]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글항아리. 2018년)에 대한 찬사다. 무엇보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부자와 가난한 이들 간의 격차가 얼마나 커졌지에 대한 경각심 때문이다.

1980년 미국에서 하위 50퍼센트 임금소득자들은 전체소득의 21퍼센트를 벌었는데, 이는 상위 1퍼센트 집단의 거의 두 배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이 숫자가 완전히 뒤집혔다. 하위 50퍼센트가 가져가는 몫은 13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상위 1퍼센트는 20퍼센트 넘게 가져간다.

이는 피케티는 <21세기 자본>과 비견된다. 피케티는 자본소득 성장이 노동소득 성장보다 커 고도로 집중화되는 자본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 역시 1980년 이후 세계 하위 50퍼센트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고, 상위 1퍼센트와 하위 50퍼센트의 소득 격차는 1980년 27배에서 오늘날 81배로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즉 불평등은 거침없이 심화되어왔다.

파리경제대학 세계불평등연구소와 UC버클리는 전 세계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축적 및 분배에서 나타나는 최근 추이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세계자산·소득데이터베이스). 전 대륙의 7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삼으며, 2000년대 초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그 첫 결과가 이 보고서로, 불평등에 관한 한 세계적 경제학자 100여 명이 자료를 수집·분석·해석하며 완성한 것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브라질처럼 이전에는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던 주요 국가들의 데이터까지 망라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가별 소득 불평등, 전 세계적 자산 불평등, 공공자본의 축소와 민간자본의 확대, 누진세 등에 대해 논한다. 세부 통계로 제시되는 자료에 근거해 보면, 지금의 불평등 추세로 나갈 경우 전 세계 부富에서 최상위 1퍼센트의 몫은 현재 20퍼센트에서 2050년 24퍼센트로 늘어난다. 반면 하위 50퍼센트의 몫은 10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줄어든다.

그러나 만약 모든 나라가 미국식 경로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상위 1퍼센트가 챙기는 몫은 훨씬 늘어난다(미국은 계층 간 소득 격차가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다수 사람이 속한 하위 90퍼센트는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가? 꼭 그렇진 않다. 1980년 이후 세후소득 불평등이 세전소득 불평등보다 더 완만한 곡선을 그린 걸 보면, 각국의 정부가 공공자본으로 불평등을 누그러뜨릴 방안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부의 격차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 중 하나는 가장 부유한 10퍼센트와 가장 가난한 50퍼센트 사람들 사이의 격차다. 상위 10퍼센트의 소득 변화는 하위 50퍼센트의 추이를 거울처럼 비추는데, 즉 하위 50퍼센트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그 몫은 고스란히 상위 계층으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이다(중산층으로는 가지 않았다).

이것은 국가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2016년 상위 10퍼센트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보면 유럽 국가들은 37퍼센트였고, 중국은 41퍼센트, 러시아는 46퍼센트, 미국과 캐나다는 47퍼센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브라질·인도는 55퍼센트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중동에서는 상위 10퍼센트가 소득의 61퍼센트를 차지한다.

불평등 수준의 격차에서 주목할 두 집단은 서유럽과 미국이다. 1980년에는 두 지역의 불평등 수준이 비슷했지만 오늘날에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즉 1980년에 상위 1퍼센트의 몫은 전체 소득의 10퍼센트로 같았지만 2016년 서유럽은 그 몫이 12퍼센트로 조금 늘어난 데 비해 미국에서는 20퍼센트로 치솟았다. 한편 미국에서 하위 50퍼센트의 몫은 1980년에는 20퍼센트를 넘었지만 2016년에는 13퍼센트로 감소했다.

이 보고서는 사회주의 평등 체제에서 벗어나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왔던 중국과 러시아의 데이터도 주요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자산 불평등 데이터는 1995~2015년 치만 이용 가능하나, 이 20년만 보더라도 불평등이 엄청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두 나라에서 상위 1퍼센트의 자산 집중도는 20년 새 2배로 늘어났다. 즉 전체 자산에서 중국 상위 1퍼센트는 1995년 15퍼센트를 점했던 반면 2015년에는 3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의 상위 1퍼센트는 같은 기간 22퍼센트에서 42퍼센트로 늘어났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것은 전 세계의 중산층의 몫이다. 글로벌 소득 하위 50퍼센트와 상위 1퍼센트 사이의 개인들이 버는 소득은 아주 조금 늘거나 아예 늘지 않았다. 만약 지금과 같은 자산 불평등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 전 세계 상위 0.1퍼센트가 소유하는 몫과 중산층 전체가 소유하는 몫은 같아질 것이다.

상대적인 소득 격차를 가장 크게 느끼는 부류는 어떤 집단일까. 가장 부유한 집단 안에서다. 최근 연구 결과 상위 10퍼센트 계층 내의 불평등이 가장 심할 뿐 아니라 더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상위 계층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이 책은 상위 1퍼센트, 상위 0.1퍼센트, 상위 0.01퍼센트로 세분화해 부(불평등)의 집중도를 살펴보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는 소득계층 사다리를 올라갈수록 소득 증가율은 더 높아지며, 1980년부터 2014년까지 상위 0.001퍼센트의 소득 증가율은 636퍼센트로 정점에 달해 전체 소득 증가율의 10배에 이르렀다. 즉 상위 10퍼센트 내에서 아래 9퍼센트와 위 1퍼센트가 느끼는 격차는 상당히 크다.

이 책은 여러 토론거리를 던져주는 가운데 특히 지역, 세대, 성별 간 소득 격차를 다뤄 시대 및 사회 문화적 환경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 책은 미래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불평등의 모습을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예측하고 있다. 이는 불과 30여 년 뒤 맞게 될 미래상으로서 각 나라의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기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불평등은 완화되며 격차를 좁히거나 아니면 반대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1980년 이후 거쳐온 소득 불평등의 경로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소득 불평등 역시 증가할 텐데, 앞으로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서 높은 소득 성장을 이룬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1980~2016년 미국의 경로를 뒤쫓는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불평등은 극심하게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유럽연합이 걸어온 성장과 분배 추세를 따르는 것으로, 이때는 글로벌 불평등이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자면, 미국식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하위 50퍼센트는 2050년 성인 1인당 4500유로를 벌지만, 유럽연합식의 세 번째 시나리오를 따르면 9100유로를 벌게 된다.

말하자면, 글로벌 소득과 자산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와 글로벌 차원에서 조세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여러 나라의 교육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임금 책정 관련 정책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통계의 투명성도 필수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누진적인 조세가 불평등과 맞서 싸우는 데 효과적인 수단임을 보여준다. 조세의 누진성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에서 급속히 약화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진도의 감소 추세는 멈췄고 어떤 나라에서는 반전되기도 했지만, 미래의 변화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민주적인 토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불평등이 심한 신흥국들에서는 상속세가 아예 없거나 거의 0에 가까운 세율이 적용되고 있어 이들 나라에서 중요한 세제 개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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