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60미터, 강원도 대암산 정상에 있는 용늪이 방송 최초로 시청자들에게 소개되었다.

[더 리포트] 야생화가 어우러진 세계적인 희귀 습지 용늪의 그림 같은 풍광이 시청자들의 눈을 씻어줬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KBS 1TV '다큐 공감'은 20일 방송 최초로 강원도 ‘용늪’의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고품격 영상에 담았다. 

용늪에 야생화가 만개한 7월부터 용늪과 용늪 사람들의 삶을 담은 약 100일간을 기록이다. 용늪은 해발 1260미터, 강원도 대암산 정상에 있다. 람사르 조약과 유네스코가 지정한 고원습지이자 유전자 보호구역. 탐방객은 5월부터 10월말까지만 방문할 수 있고 그나마 하루 최대 250명으로 탐방객 수가 제한되어 있다.

용늪은 일 년 중 6개월, 겨울잠을 잔다. 방송에 따르면 5월말에 봄이 오고 7월 여름이면 잠시 희귀한 야생화들이 수를 놓았다가 비바람 몇 번이면 어느새 오색찬란한 단풍이 밀려온다. 그러다가 이내 황금빛 들녘이 어두워지는 듯한 10월 말이면 다시 길고 긴 겨울잠에 빠져든다.

봄과 여름은 짧고 잠시 만나는 동전만한 크기의 작은 꽃들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바람과  안개 그리고 사초 속에 몸을 숨긴 작은 야생화 한 송이가 그대로 인생추억이 되는 곳이다.

이 곳엔 용늪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환경청에서 임명한 5명의 자연해설사와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용늪주민가이드 8명과 3명의 환경지킴이, 그리고 산림청에서 파견한 2명 등 십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일주일에 5일씩 교대근무를 하며 이곳에 오른다.

사진작가 김호진씨가 이들과 합류한 것은 올해 5월이다. 일본에서 자연생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김호진씨는 귀국 후 요양 차 인제에 왔다가 우연히 카메라를 들고 용늪에 올랐다. 그 날, 용늪의 어마어마한 생태적 가치를 본 김호진씨는 6개월 임시직인 해설사가 되어 용늪에 주저앉았다. 용늪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마을에서 용늪까지 가파른 비포장길 30킬로를 왕복하며 일주일에 5일을 용늪에 오른다. 때로는 숨어사는 야생동물을 찍기 위해 왕복 11킬로나 되는 등산로를 걸어서 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5개월, 자연을 기록하고 싶어 카메라를 들고 훌쩍 일본으로 건너갔던 그는, 뒤늦게 고국에서 인생을 걸고 싶은 대상을 만났다.

이종렬씨는 용늪 선임 해설사다. 용늪 아랫마을 서흥리 토박이인 이종렬씨는 용늪을 신성하게 여겨온 동네 어른들로부터 ‘용늪에 절대 들어가선 안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랐다. 그런데 ‘참나물을 뜯어 용돈을 벌자’는 동네 형을 따라 처음으로 용늪에 올랐다.   

그 날 이후, 용늪은 그의 인생이 됐다. 눈이 뒤덮인 영하 30도의 날씨에도 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나던 곳, 한겨울 칼바람을 견디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매년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작은 야생화와 인간보다 훨씬 먼저 태어난 끈질긴 생명력의 사초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 년의 절반 이상 용늪을 감싸고 도는 신비한 안개.....

그저 그의 눈에는 신기하기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원습지의 특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는 처음으로 ‘이 동네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평생 해온 농사도 접어두고 용늪 안내원이 됐고 얼마 후 환경청 공인, 용늪 최초의 자연 해설사가 됐다.

창창했던 쉰 살에 용늪에 올라간 그는 환갑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용늪 지킴이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연히 알게 된 김호진씨를 해설사로 이끌어 자신이 10년간 보고 배운 모든 것을 전수해주며 용늪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도록 돕고 있다. 그는 10년을 하루같이 제자리에서 피어나는 야생화들을 보며 자신의 나이를 잊는다. 그저 ‘변하지 않는 자연과 시간의 힘’을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숨 가쁘게 돌아가는 용늪의 계절 시계 속에 가장 생기 있고 눈부신 계절이 여름이다. 특히 2주 간격으로 돌아가며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들의 계절이기도 한데, 비로용담과 제비동자꽃 등 용늪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습지 야생화들과 끈끈이주걱과 같은 보호종들이 찾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꼭대기에서 이런 작은 야생화가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사초의 바다 때문이다. 가느다란 몸을 가진 사초는 햇볕뿐만 아니라 안개와 빗물, 그리고 눈 녹은 물을 땅속까지 공급할 뿐 아니라 거센 바람을 막아주어 야생화들의 생존을 돕는다. 죽은 사초 잎사귀들은 썩지 않고 땅 밑에 쌓여 땅속에 떨어진 씨들을 겨우 내내 품었다가 봄에 싹을 틔우게 한다. 또한 일 년에 절반 이상 용늪에 끼는 안개는 산 정상에 있는 용늪의 중요한 수분공급원, 그렇게 안개와 사초는 식물들을 키우는 어머니로 불린다.

이날 방송에서는 용늪과 용늪 사람들의 삶을 담은 약 100일간을 기록을 통해 용늪의 신비로운 생명력과 그 생명을 소중히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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