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종종 책을 외국 사이트에서 검색하다보면 제목이나 표지가 한국어 판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기해 할 때가 있다. 우리가 아는 유명 책의 제목도 그렇다.

베스트셀러 과학책인 빌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이 책은 영어권에서 무려 2천만부가 팔려나갔다. 그 원제목은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이다. 원제에 ‘짧은’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제목은 다른 베스트셀러 책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바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제목에 ‘짧은’이라는 단어를 넣는 희한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 책의 원 제목은 <A Brief History of Time>였다. 즉 <시간에 관한 짧은 역사>다.

1990년대 내내 유례 없을 정도로 대중 과학책들이 줄줄이 출간되었다. 그러면서 제목에 ‘짧은 역사’라는 어구를 넣으려고 기를 썼다. 빌 브라이슨은 바로 2003년 그 어구로 대박을 터뜨렸다.

<빵굽는 타자기>는 폴 오스터 하면 떠오르는 전매특허 제목이다. 그런데 이 책의 원제는 ‘Hand to mouth(하루 벌어 겨우 먹고 산다)’였다. 그러나 한국어로 된 번역판에서 그런 그럴싸한 제목을 달았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제목의 영향 때문에 많이 팔렸다. 폴 오스터는 담배를 물고 전동타자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림으로써 작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제목 관련 책에서 <노르웨이 숲>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1987년 출판사 세 곳에서 원제와 같은 <노르웨이의 숲>으로 책을 펴냈다. 그러나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9년 문학사상사가 <상실의 시대>로 제목을 바꿔 펴낸 다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념이 사라진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제목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는 게 출판계의 정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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