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혈압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의학계가 반색하고 있다.
침이 고혈압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의학계가 반색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더 리포트] 고혈압은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2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질병이다.

이와 관련 특정 혈자리에 전기자극을 주는 것만으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혈자리 전기자극이란 침의 원리다.

논문 '인체 정중신경 C섬유 자극과 시작품을 활용한 고혈압 개선'은 그 내용을 담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임상의학부 류연희 박사 연구팀과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 연구팀이 공동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주요 치료방법인 경혈 침 치료의 고혈압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리포트에 따르면 연구팀은 약물치료 경험이 없는 1단계 고혈압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한의학에서 심장질환과 혈압 강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내관혈(內關血) 주변 정중신경에 경피신경 전기자극을 줬다.

1단계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 140∼159㎜Hg, 이완기 혈압 90∼99㎜Hg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며 경피신경 전기자극은 약한 전류를 피부에 통과시켜 통증을 완화하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혈류를 증진하는 치료법이다.

피험자들은 내관혈 주변 정중신경에 전극 간 거리(2·4·6㎝)와 전극 신호(10·30·100·300㎐) 등을 달리해 30분간 전기 자극을 받으며 4차례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왼팔에 전극 간 거리 4㎝, 전극 신호 10㎐로 전기자극을 줄 때 수축기 혈압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평균 14%↓) 피험자도 불편함을 가장 적게 느꼈다. 이어 치료를 주 1회 지속해서 받은 환자의 경우 4주차 때 수축기 혈압이 평균 155㎜Hg에서 140㎜Hg로 떨어졌고 그 효과가 14주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미세신경기록법(microneurography)을 활용, 경혈 주변 전기자극 시 나타나는 혈압 강하의 작용기전 확인에 나서 정중신경 부위의 신경섬유 활동성을 측정한 결과, 전기자극이 C섬유를 활성화 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C섬유 활성 작용제인 캡사이신을 활용한 추가 실험을 통해 C섬유가 활성화 될 때 혈압 강하가 유발된다는 작용기전을 밝혀냈다. C섬유는 정중신경을 구성하는 감각신경 중 하나로 피부와 내장기관 등에 분포하며 온도자극 또는 통증에 반응하는 신경섬유다. 캡사이신 자극을 통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혈압, 맥박 등 생체신호 측정 위주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능이 치료 분야까지 확장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목원리한방병원 이건목 원장은 "고혈압과 같은, 한방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질환에서도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