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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 생일날 얼음 위에서 죽은 '대륙이동설'의 베게너
[고전읽기] 생일날 얼음 위에서 죽은 '대륙이동설'의 베게너
  • 전동민 기자
  • 승인 2019.03.2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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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포트] '혹시 아프리카 대륙과 남아메리카 대륙이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1911년 독일의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 )는 마르부르크 대학 도서관에서 논문 하나를 읽으며 사색에 잠겼다. 우연히 브라질과 아프리카 사이에 옛날에 육교가 있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이었다. 이 ‘육교설’이란 대서양 양쪽 대륙에서 동일한 화석이 발견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년도에 베게너는 세계 지도에서 아프리카 대륙과 남미 대륙의 해안선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고, 두 대륙이 예전에 하나로 붙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차였다.

그의 의문은 이랬다.

‘유대류들이 어떻게 남아메리카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옮겨갔을까. 스칸디나비아와 뉴잉글랜드지방에 똑같은 종류의 달팽이가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노르웨이에서 북쪽으로 640킬로미터나 떨어진 스피츠베르겐과 같은 얼어붙은 지역의 석탄층과 아열대 유물들은 따뜻한 기후였던 곳에서 그곳으로 옮겨가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190쪽)

원래 기상학자였던 베게너는 지질학과 고생물학, 고기후학, 천문학, 지구물리학 등 여러 분야를 연구했다. 그리하여 도발적인 주장 하나가 1915년에 발간된 ‘대륙과 대양의 기원 Die Entstehung der Kontinente und Ozeane’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바로 대륙이동설이다.

베게너의 대륙과 해양의 이동 (1929)
베게너가 주장한 대륙과 해양의 이동 .

현재 지구상의 7대륙 모습은 약 2억 년 전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었던 거대한 대륙 '판게아(Pangaea)'에서 점차 갈라져 나와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론이다. 판게아란 초대륙라는 뜻으로 원래의 커다란 하나의 대륙을 뜻한다.

근거는 이렇다.

첫째,  해안선 모양 일치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이 일치한다. 해안선 대신에 대륙붕의 경계를 맞춰보면 잘 들어맞는다. 둘째, 동물의 같은 종 화석 분포다. 고생물 화석이 현재는 환경이 다른 남극 대륙, 오스트레일리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다음은 빙하의 흔적. 열대나 온대 지역인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빙하의 흔적이 있다. 여러 대륙에 있는 빙하의 흔적을 모으면 대륙이 남극을 중심으로 모인다. 마지막은 산맥의 연속성이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산맥을 이으면 하나로 이어진다.

베게너는 탐험가였다. 그린란드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중 1930년 탐사는 대륙 이동설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탐사에서 베게너는 동료 빌럼센과 함께 기지를 나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1930년 11월 1일, 공교롭게도 50세 생일에 실종되어, 다음해 5월 얼음 위에서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되었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증명하듯, 지금도 지구의 대륙은 움직인다. 태평양(판)은 1년에 약 10센티미터씩 북서쪽으로, 아프리카는 1년에 약 2센티미터씩 북동쪽으로 이동한다. 호주 대륙은 1년에 6.7센티미터씩 북동쪽으로, 남극판은 대서양 쪽으로 1년에 약 1센티미터씩 움직인다.

베게너는 현장에 묻혔다. 그리하여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빌 브라이슨은 그의 죽음에 대한 글을 다음과 같이 위트있게 전했다.

“물론 그가 사망했을 때보다 1미터 정도 북아메리카 쪽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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