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민은기 교수의 ‘음악, 인간의 삶’ 강의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음악이 우리 인류에게 미친 영향과 의미를 인상깊게 전했다.

[더 리포트] "음악은 매혹과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탈리이어에서 칸토(canto)'는 노래인데, 인칸토(incanto)'는 ’마법‘이란 뜻입니다. "

민은기 서울대 작곡가 교수가 지난 8일 네이버 ‘열린연단’ 프로그램에서 ‘음악, 인간의 삶’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문화의 안과 밖’이란 부제를 단 ‘열린연단’은 석학들이 선정한 문화과학 분야의 명 강연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2014년 시작해 5년째 진행되고 있다.

민은기 교수는 관련 주제에 대해 “인간은 왜 음악을 필요로 하는지, 음악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음악은 인간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소개했다. 

강의는 인문지식과 예술적 흥미가 어우러져 시종 귀를 솔깃하게 했다.

강의 첫 머리는 "인간은 ‘호모 무지쿠스’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인간에게는 음악이 일상적이고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음악적 능력 역시 그렇다. 그 근거는 이렇다. 보통 우리 주변엔 ‘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음치’는 노래를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편견이 있다. 민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음악적 능력을 노래 실력에 한정지어 판단한다. 하지만 음악적 능력과 노래를 잘 부르는 일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노래를 못해도 음악적 능력은 음치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음악적인 능력은 동물과 비교해 볼 경우,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열린연단'의 '음악, 인간의 삶'의 첫 장면.
'열린연단'의 '음악, 인간의 삶'의 첫 장면.

강의에 따르면 ‘어떤 멜로디를 듣고 이해한 후, 그것을 다시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의 특징’이다. 민 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 주변의 음치는 타고난 음치라기보다 관심이나 연습 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음 대목이 더 흥미롭다.

인간의 음악적 능력은 언어 능력처럼 타고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 예는 아기의 음악적 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브리검 영 대학의 연구조사 결과, 9개월 된 아기들이 밝은 음악과 슬픈 음악을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아기들은 스스로 들었던 음악을 기억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악기들로 연주된 음악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 실험은 이랬다. 8개월 반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강의 내용이다.

‘실험에 사용된 음악은 모리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중 ‘프렐류드’와 포를랑‘이었다. 아기들은 매일 하루에 세 번씩 10일간 이 음악들에 노출되었는데, 자신에게 익숙한 곡이 들리는 경우 고개를 돌려 관심을 표현하였다. 또한 같은 곡을 서로 다른 두 가지 편곡으로 들려주었는데, 오케스트라보다 피아노 버전에 대해 선호를 나타냈다. 이것은 아기들이 악기 편성에 따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음악활동이 인류의 유전자 안에 각인되었기에 가능한 일. 따라서 음악은 매우 오래된 인류의 문화행위였다는 점을 알려준다.

여기서 퀴즈 하나.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악기는 무엇일까. 답은 플루트다. 2012년 남부 독일의 가이센크로스테르 동굴에서 3개의 플루트가 발굴되었다. 탄소연대 측정기법을 통해 검증한 결과 약 4만2000년 정도되었다. 이는 현생인류가 유럽에 등장한 시점과 일치한다.

또 하나의 플루트는 독일 홀러 펠스 동굴에서 발굴된 ‘독수리 뼈 플루트’다. 이 플루트를 복원한 결과 5음 음계로 조율된 악기였다.

그런데 이 5음 음계는 어디에서 많이 들어봤다. 바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아시아에서 많이 사용했던 음계다. 참 재미있는 우연이다. 5음 음계는 완전 5도에 근거한 음 체계다. 최초로 음의 이론적 체계를 세운 이는 피타고라스다. 그런데 그가 만든 음의 기본은 완전 5도의 음 체계이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의 5음 음계 역시 유사하다. 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동-서양이 신기할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강좌는 음악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로 넘어갔다. 한마디로 음악은 인류의 삶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한 예는 자장가다. 강의에 따르면 자장가는 아기와 엄마의 인격적인 소통을 가능해주는 수단이다. 아울러 음악은 가족을 뛰어넘어 공동체 구성원간의 소통과 결속에 중요한 역할이었다.

강의는 지난 1000년 서양 음악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인 다성 음악, 기보법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적 기능에서 분리된 감상 그 자체만이 목적이 된 순수한 음악 예술, 즉 ’작품이 된 음악이 등장했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를 통해 음악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맨 앞에서 소개한 음악의 놀라운 힘이었다.

"라틴어로 칸타레(cantare)가 ‘노래하다’란 뜻인데, 인칸탄테(incantante)는 ‘마법을 걸다‘란 뜻이 된다. 이탈리이어에서 칸토(canto)'는 노래인데, 인칸토(incanto)'는 ’마법‘이란 뜻이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상테(chanter)가 ‘노래하다’라는 동사인데 앙상테(enchanter)은 ‘마법을 걸다’ 혹은 ‘황홀하다’란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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