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중장년 세대에게 록밴드 ‘산울림’에 대한 기억은 놀라움 그 자체다. ‘아니 벌써’와 ‘나 어떡해’,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와 같은 노래를 탄산음료 같은 신선함으로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음악을 연구한 논문 <록 밴드 산울림의 음악 연구 : 동시대 한국 가요사를 중심으로>(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019)를 만나는 일은 흘러간 옛 추억을 더듬는 일과 같다.

논문은 ‘1970년대 후반에 데뷔하여 한국의 초창기 록 음악을 이끌었던 산울림의 음악을 동시대의 한국 가요사와 함께 연구’했다.

산울림 탄생을 이해하려면 그에 앞선 음악흐름을 알아야 한다. 논문에 따르면 6.25 전쟁 이후 한국의 대중가요계는 한동안 트로트와 스탠더드 팝에 의존하는 양상이었다. 1960년대 이후 실력 있는 미8군 출신의 가수와 연주자들은 그들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실력과 무대 매너 등으로 가요계의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며 발전하였다.

1970년대 초부터는 미8군 출신의 기타리스트인 신중현이, 소위 신중현 사단을 이끌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더불어 초창기 한국 록 음악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번안곡 위주의 음악을 하던 포크계에는 의식 있는 가수들이 등장하고 창작곡들도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대마초 파동이나 가요정화운동 등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한 음악인들의 활동 부재로 1970년대 후반 가요계는 정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 기존 한국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사고력과 자유로운 방식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산울림의 음악은 한국 가요사에 큰 반향과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논문 연구자는 “산울림이 끼친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와 청춘의 격렬한 호응에 비해 그들의 음악에 관한 연구는 미비하다”며 “특히 동시대의 음악인들과 가요사를 중심으로 산울림에 대한 음악적 가치를 파악하는 연구는 드물다”고 전했다.

논문은 멤버인 3형제의 성장 배경부터 결성과정, 록그룹으로서의 그들의 가장 전성기인 초기 음악 시절, 발라드로의 변신을 꾀하면서도 록 음악인으로서의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중기, 후기 음악까지 산울림에 관계되는 내용을 분석해봄으로서 산울림이라는 밴드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산울림의 가장 큰 공헌은 암울한 시대에 청년들의 우울함과 상실감을 위로하였다는 사실과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능력이다.

논문은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들의 음악이 다시 불리며 기성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후배가수들과 하는 음악 작업으로는 젊은 세대들의 공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기여는 산울림의 독특한 작사법이다. 대표적인 노래가 출세작 '아니 벌써'다. 다짜고짜 내뱉는 '아니 벌써!'라는 노랫말은 당시 엄청난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가사가 이후 인디밴드들과 후배 가수들의 음악에도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의 의의는 산울림에 대한 음악계의 호감과 평가가 세간의 인식과 평가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점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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