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노동위원회 1, 2심에서 판정이 바뀐, 독특한 직장 내 성희롱 사례가 있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사건(중앙2018부해769)이다. 모 회사에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판결이었다. 해당 회사 근로자가 성희롱을 일삼아 징계를 했는데 지노위에서 부당한 조치로 판단되었다. 이에 사건을 다시 판정해달라고 회사 측에서 요구했고, 중노위에서 판정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석달 전 이 사건을 홈페이지에 게재했으나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침을 많이 모아두었으니 먹으라"

성희롱을 한 근로자는 주임 직급을 가진 남성이다. 피해자는 같은 직장 여성 근로자(신분은 단기 계약직)들이었다. 가해 근로자는 성희롱 ‘혐의’로 사용자로부터 권고사직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먼저 이 사안에서 통념상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나는 성희롱 수위다.

가해 근로자는 피해 여성 중 일부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자신은 ‘자기야’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또한 여성 근로자가 사탕 류를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 ‘포장을 까서 입에 넣어 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성 근로자의 양 볼을 잡고 흔드는가 하면 뽀뽀하는 시늉을 했다. 얼굴을 피해자 가슴 쪽으로 내밀고 입맛을 다시는 행위를 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상의 속옷을 뒤에서 잡아당기기도 했다. 피해자의 엉덩이를 발로 차거나 제품 트레이로 엉덩이를 때린 적도 있다. 아래는 더 심한 내용이다.

여성 근로자에게 ‘같이 자자, 푹 자게 해주겠다, 퇴근하고 만나서 같이 자고 출근하자.’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물을 마시러 가겠다고 하자 ‘침을 많이 모아두었으니 먹으라’며 입을 내밀었다. 마지막 부분은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성희롱 발언이다.

가해 근로자는 피해자들이 거부의사를 밝히자 온갖 일을 시키고 따돌림을 하는 괴롭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가해 근로자는 “실수다.” “장난이었다” “친밀해서한 말이다.”라고 해명했다.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회사 측은 2018년 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근로자에게 ‘권고사직’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피해자들의 공통된 진술로 볼 때 가해 근로자가 다수의 여사원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하였으며, 그 수위도 높았기 때문에 중징계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 근로자가 2017년 입사하면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점과 성희롱 예방 서약에 서명, 날인했다는 점, 입사 후 1개월 정도 되는 시점부터 성희롱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됐다.

"가해 근로자는 성실한 모범 직원" 탄원

이 사건에서 또 하나 이해 못할 부분은 가해 근로자를 위한 탄원서다. 함께 근무한 직원 14명은 다음과 같이 탄원서를 냈다. 내용은 이랬다.

‘(그는) 성실하고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직원으로 성희롱 행위를 할 사람이 아니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진술 내용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사실 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해고는 너무 가혹하므로 선처를 바란다.“

사안의 쟁점은 징계사유의 존재여부와 징계처분의 적정성 여부였다. 이 사안에 대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4일 가해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회사 측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심(9월19일)에서 판정이 뒤집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근로자의 언행들은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친밀감 있는 행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행위의 빈도가 잦았고, 근로자가 피해자들을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점으로 볼 때 피해자의 성적 굴욕감 내지 불쾌감을 느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겪어보지 않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징계 처분의 적정성과 관련해서는 “우월적 지위에서 사회적 약자인 단기계약직 피해자들에 대해 성적 언동을 상당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하는 등 그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고, 우발적이지 않으며, 피해자가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해고처분이 특별히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인 사용자에게 부여된 징계재량권을 이탈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강화되고, ‘미투’ 운동으로 경각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상상하기 힘든 성적 모욕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같은 사안에 법적 판단이 달랐다는 점으로 인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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