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로켓을 발사시킨 후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 발사대.
로켓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로켓을 발사시킨 후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 발사대.

[더 리포트] [知탐]은 '지식을 탐하다'라는 문장의 줄임말입니다.-편집자 주 

신문사, 비행장, 국회도서관. 이 세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곳에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설비나 장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신문사의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지상 건물 안의 편집국이다. 그런데 지하에는 윤전기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계가 버티고 서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거대한 인쇄시설이다. 

비행장 지하에는 수하물 관리 시스템이 있다. 길고 긴 자동 컨베이어 벨트로 수하물을 실어 나른다. 인천공항 지하의 수하물처리시스템은 총면적만 14만1584㎡(축구장의 약 20배 규모)이며 총길이는 무려 43km에 달한다.

마지막으로 국회도서관이다. 국회도서관 본관 도서실은 폐가식이다. 1층 대출대에서 책을 신청하면 사서가 뒤쪽으로 들어가서 책을 꺼내다 준다. 그러나 책은 뒤 쪽 서가에만 있지 않다. 공간의 한계로 인해 여러 곳에 분산된 서가에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이용해 책을 가져다준다. 이 사실은 해당 도서관을 취재하면서 우연히 얻은 정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보이는 현상이 전부가 아닐 때, 보이는 사물 이면에 거대한 본질이 버티고 있을 때 쓴다. 앞의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그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일각’이 있다. 바로 로켓 발사대다.

우리의 나로호나 누리호에서 미사일, 우주선까지 모든 로켓 발사체에는 발사대가 있다. 발사체 옆에 있는 부속물이다. 발사체를 붙잡았다 ‘놓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발사대 지하에는 거대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눈으로 보는 발사대만 발사대가 아니란 사실이다. 

그런데 우주선이나 로켓을 쏘아 올릴 때 발사대에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발사대는 발사체만큼 중요하다.

발사대의 가장 첫 번째 역할은 발사체 고정이다. 발사체 즉 로켓은 고온, 고압의 가스를 분출시켜 그 반동으로 추진된다. 발사체가 지구를 벗어나려면 약 4만km/h라는 어마어마한 속도가 되어야 한다. 발사대는 발사체가 수직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내부 진동과 외부 압력으로부터 지지한다. 이것이 지상설비다. 

동시에 엄청난 화염을 처리하기 위해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이전에 로켓을 날려 보내는 동력장치가 있어야 한다. 바로 추진제 공급설비다. 이 설비와 장치는 발사대 지하에 있다. 이를 발사동이라 부르며 로켓엔진에 필요한 연료, 산화제, 가스탱크, 배관과 전선 및 그 외 부수적인, 거대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관제설비도 빼놓을 수 없다. 발사체의 시스템과 작동과정에 대한 감시, 점검, 운용을 담당하는 파트다. 지상과 지하를 원격 조작용 케이블로 연결해 제어한다. 

이 발사대는 흔히 4층 크기의 건물로 비유된다. 1층은 지면(발사패드)이다. 나머지 3층이 지하 발사동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발사대는 빙산의 일각이다. 일각 아래의 빙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세상에는 주연과 조연이 있다. 조연은 주연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 대우를 받기는커녕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화염과 연기를 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이란 주연은 발사대라는 가공할 시스템이라는 조연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한 셈이다. 아니 실은 진짜 조연은 그 시스템을 고안하고 운영하는 과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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