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봄을 맞아 사내 라이브러리 카페 '채움(CHEOOM)'을 새단장했다. 도서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구성원들의 이용 편의를 높였다.

[더 리포트] 우리 사회에는 이 세계가 나아갈 항로를 맨 앞에서 이끄는 지(知)의 최전선이 있다. 때때로 그 전선은 난공불락이어서 보통사람이 접근하지 못한다. [더 리포트]는 그 현장을 찾아 난해한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풀이해서 전해 준다.-편집자 주

최근 SK네트웍스가 봄을 맞아 사내 라이브러리 카페 '채움(CHEOOM)'을 새 단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SK네트웍스 사옥에 들어서자 먼저 사내 카페에서 갓 내린 커피 향이 방문객을 맞았다. 뒤이어 로비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운 책들이 눈을 자극했다.

2층 계단 벽에도 책장 칸칸이 책들이 꽂혀 있었다. SK네트웍스 사내 북카페 '채움(CHEOOM)'의 첫인상이다. 한 권 골라 걸터 앉아 읽고 싶은 유혹을 두고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도 벽과 모서리마다 책장이 놓여있었다. 안에는 다양한 표지의 책들이 즐비했다. 경제 경영 전문서적부터 요즘 소위 '핫'하다는 소설ㆍ에세이와 여행ㆍ 취미 서적까지 장르는 다양했다. 책들에 둘러싸인데다 카페 느낌 물씬 나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을 풍겼다. 구성원('직원'의 대체어:SK네트웍스)들은 삼삼오오 그곳에 앉아 회의와 미팅을 했다. 오픈이 가능한 간이 벽면 안쪽으로는 토론이나 회의를 위한 별도의 룸도 마련돼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서고가 늘어서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서고가 늘어서 있었다.
채움 2층 전경.
채움 2층 전경.

서가 앞에 서서 집어 든 책을 한장한장 넘겨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여를 결심한듯 한 구성원이 입구에 구비된 PC앞으로 자리를 옮겨 리더기에 바코드를 읽혔다. 대여와 반납 절차 모두 셀프로 이뤄지고 있었다. 상주하는 사서가 없는 대신 이용법 안내나 공지는 벽면의 게시판과 어플을 이용하는 시스템이었다.

3,600종 장서 구비 '가치를 높이는 공간'

차를 한잔씩 앞에 놓고 담당자와 마주 앉았다. SK네트웍스 사내 라이브러리 카페는 2017년 9월, 명동사옥 1층과 2층에 3천 여 권의 장서를 구비한 뒤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채움을 조성한 이래로 경영층 추천도서와 베스트셀러, 구성원 기증도서들로 서가를 채웠고 현재는 4000여 권이 구비됐다. 중복 도서를 제외하면 약 3600여 종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내에 이러한 북카페를 연 배경과 목적은 이름에 담겨있다. 채움(CHEOOM)은 ‘Creative & Happy Explorer’s Room’에서 따왔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소통을 통해 지식과 경험, 아이디어를 채워 고객가치를 높여가는 공간’이란 의미가 담겼다.

셀프 대여절차를 진행하는 모습.
약 200권은 CEO 추천 또는 기증된 책이다.

이 공간의 목적을 두 단어로 요약하면 첫째는 '채움'이고 둘째는 '소통'이다. 사내 도서관의 가장 큰 목표는 우선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채움은 직원들이 독서를 통해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지식과 소양을 채우고 더 나아가 메타지식 곧 지식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습득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채움은 두 번째로 닫힌 사무실과 제한된 회의실을 탈피, 열린 공간에서의 소통과 지식 교류를 통해 고객만족을 함께 추구하는 공간으로 구상됐다.

회사 한 관계자는 지금보다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했던 시절, 열린 소통의 공간으로 유인하기 위해 '채움 2시간 무료(원래 무료) 이용권'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채움이 문 열던 시기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채움은 구성원들이 북카페처럼 마음 편하게 언제든 방문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돼 왔다. 이번 새단장은 구성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수기로 대출 반납 여부를 기입만 하던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이번 개선으로 구성원들이 웹페이지와 앱을 통해 손쉽게 소장 도서를 파악하고,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대여·반납 실시간 업데이트, 반납 일정 SMS 알림 서비스 등을 통해 도서 분실 및 연체와 같은 문제점을 줄이는 효과도 생겼다.

채움은 열린 소통을 위해 구상됐다. 회의, 미팅, 강연, 토론 등이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채움은 열린 소통을 위해 구상됐다. 회의, 미팅, 강연, 토론 등이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책 권하는 회사, 최고 인기 분야는 'CEO추천도서'

운영은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팀이 맡고 있다. SKMS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기업 경영철학을 전파하는 업무를 관할하는 부서다. 팀의 원가지는 SK네트웍스의 두 대표이사인 최신원 회장과 박상규 사장이다.

채움 운영을 맡고 있는 SKMS 실천팀 김지환 매니저는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적'이 무엇인지 묻자 이내 'CEO추천도서'라고 답했다.

김 매니저는 "평소 소통을 강조하는 두 대표님의 경우 포럼이나 회의 등 만남의 유형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구성원들에게 책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독서 담론에 많이 노출되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니즈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장서 중 200권 정도는 두 대표가 추천했거나 기증한 'CEO추천도서'다. 박상규 대표의 경우 경영학을 전공해 경제 경영 전문 서적의 비중이 크다는 게 구성원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인문학이 구성원들의 통찰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믿음도 깊어 추천도서 목록에는 사기 열전 논어 같은 중국 사상서 등도 많다. 이밖에도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적도 있고 의외로 트렌디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흔) 같은 책도 있다.

장르별로는 소설이 대출 순위 1위를 기록해 '대기업 직원들은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가장 선호할 것 같다'는 편견을 철저히 깨 주었다.

채움의 두번째 목적이 소통인 만큼 독서는 토론과 열린 강연 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채움은 이같이 토론의 장으로 쓰이다가 외부 명사를 초청할 때면 열린 강연장으로 쓰인다. 소비자 니즈 등 특정 주제를 정하고 희망 구성원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을 연다. '채움 열린 콘서트'다.

채움은 열린 소통을 위해 구상됐다. 회의, 미팅, 강연, 토론 등이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게시판이나 어플을 통해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구비해준다. '채움'의 존재 이유에만 부합하면 장르는 상관없다.

마침 시계가 점심시간인 12시를 알리자 구성원들이 한 두 명씩 토론실로 들어갔다. 다 모인 인원이 예닐곱 명 쯤 돼 보였다. 손에는 책이 한권씩 들려있었다. 한동안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였다.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구성원들을 불렀다.

이 토론 모임의 경우, 그때그때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해 월 1회 토론 모임을 갖는다고 했다. 정기모임은 주 1회 갖고 있었다. 이 모임의 구성원인 김종현씨는 "책을 읽으면서 좋은 메시지를 삶에 적용하고 동시에 구성원들과 소회를 나누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점이 좋다"고 평가했다. 또 김씨는 "회사가 업무상으로만 관계 맺고 일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책'이라는 공통분모 혹은 가치관 같은 공감대를 갖게 되면서부터 동질감, 공동체 의식도 생겨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종종 오고 가며 채움을 이용하고 있다는 같은 모임의 다른 구성원은 "이 분위기(북카페, 책을 권하는 분위기)를 싫어하는 분은 없을 것 같다"며 "업무에 필요한 배경지식, 최신 트렌드, 고객 니즈를 파악하는 데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스템화를 통해 원하는 도서를 신청하면 구비해주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고 분야도 경영 경제 외 문화 역사 등 다양해서 좋다"고 평가했다.

다른 구성원에게 책을 추천 중인 채움 담당자 SKMS 실천팀 김지환 매니저.

책으로 채운 지식, 소통으로 나눈다

운영팀에 따르면 사내에는 현재 100여명의 구성원이 10개 독서 Club을 자발적으로 조직 활동하고 있다. 회사에선 도서구입비와 간식비 등 운영비용을 지원하며 이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주요 클럽으로는 ▲인문학 탐구 클럽 '공부하는 사람들' ▲소비자의 시각에서 브랜드를 바라보는 '매거진 B를 읽는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독파 클럽 '민음-화셋' ▲재테크 독서 클럽 'Club, 주니어 재테크' ▲감사하는 삶을 위한 Booking '감사함으로' ▲그 달의 베스트 셀러 읽고 트렌드 파악하는 '함께 읽는 베스트셀러 인문학 읽기' ▲인문학 읽기 '하늘엔 별, 땅에는 꽃, 사람에겐 문학'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추구하는 'Balance'등이 활동 중이다.

채움 운영팀은 현재 채움 새단장 후 한달 동안 대여반납 1위 구성원에게 포상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채움 담당자 SKMS 실천팀 김지환 매니저는 "이곳은 담당으로 배치되기 전 일반 구성원 시절부터 아끼던 공간이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구성원이 책을 가까이 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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