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거북의 성비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는 거북의 성비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픽사베이)

[더 리포트] 영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가 쓴 <6도의 악몽>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린 책이다. 온도가 1℃씩 올라감에 따라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만 상승해도 대륙 중심의 초지가 사막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킬리만자로와 알프스의 만년설은 녹아내려 산사태와 가뭄을 불러일으킨다. 2도 상승하면, 과도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바닷물이 산성으로 바뀌어 바다 속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 시나리오는 착착 진행 중이다. 온난화의 가장 잘 알려진 피해자는 북극곰이다. 그런데 최근엔 수컷 거북이가 멸종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직접적인 피해는 성비 균형 파괴다. 보통 온난화는 먹이활동에 최대의 적인 서식지 파괴가 큰 원인이다.

거북의 성비는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 염색체에 의해 성이 결정되는 상황과 다르다. 거북이는 사람과 달리 X, Y 염색체가 없다.

보통 바다거북은 해안가 모래밭에 알을 낳는다. 이 알은 구덩이의 깊이와 모래의 온도, 일사량에 따라 부화의 수가 달라진다. 그런데 수컷과 암컷의 부화 여부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온도가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화장의 온도가 28℃ 미만일 때는 새끼 거북의 90%~100%가 수컷이었다. 반면에 부화장의 온도가 29.5℃를 넘어서는 상대적으로 고온인 경우는 태어난 새끼의 95%~100%가 암컷이었다. 종종 암컷과 수컷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간성(間性, intersex)도 태어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성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15년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야생생물보호국(USFWS) 연구팀이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푸른 바다거북(green sea turtle)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암컷이 수컷보다 3~4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아이오와주립대학교 니콜 반렌수엘라(Nicole Valenzuela) 교수(생물학)의 연구결과가 더 자세한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그는 파충류들이 어떤 기온에서 성별이 결정되는지 연구해왔다.

실험은 이랬다. 거북 알이 온도 변동이 큰 환경에 노출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바뀌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큰 온도 변화를 겪은 거북은 평균 기온이 28도 이하로 낮아도 암컷이 태어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험에 대해 발렌수엘라 교수는 “거북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로 인해 암컷이 부화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증명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기온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거의 100% 암컷이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생태계가 빠르게 단수화 됨으로써 암컷이나 수컷의 씨가 마르는 셈이다. 이는 결국 멸종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이런 상황은 다른 파충류에도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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