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9일 네이버 [열린연단]의 삶의 지혜 시리즈 중 하나로 ‘삶의 지혜, 삶의 회로 그리고 그 너머’를 강연했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9일 네이버 [열린연단]의 삶의 지혜 시리즈 중 하나로 ‘삶의 지혜, 삶의 회로 그리고 그 너머’를 강연했다.

[더 리포트] 우리 사회에는 이 세계가 나아갈 항로를 맨 앞에서 이끄는 지(知)의 최전선이 있다. 때때로 그 전선은 난공불락이어서 보통사람이 접근하지 못한다. [더 리포트]는 그 현장을 찾아 난해한 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풀이해서 전해 준다.-편집자 주

포털 네이버는 <열린연단 : 문화의 안과 밖> 강연을 5년간 개최해 왔다. 연사는 우리 시대 석학들이다. 3월부터는 ‘삶의 지혜’를 주제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9일엔 ‘삶의 지혜’ 첫 번째 시리즈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스타트를 끊었다. ‘삶의 지혜, 삶의 회로 그리고 그 너머’가 제목이다.

강연은 제목에 비해 내용이 어려웠다. 박사학위 논문을 읽는 느낌이랄까. 지적인 컨텐츠를 싫어하는 독자를 위해, 듣다가 포기한관객을 위해 강연을 장시간에 걸쳐 리뷰했다.

김우창 교수는 "인간의 성장은 결국 인간 이해에 이르는 것이어야 하고, 삶의 지혜도 이러한 근본에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1편에서 계속) 이번 강좌에서 김우창 교수가 탐색해보고자 한 부분은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단계에 대한 설명과 그 회로에 대한 이론이다.

김우창 교수는 "인간의 성장은 결국 인간 이해에 이르는 것이어야 하고, 삶의 지혜도 이러한 근본에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앞의 덕목 외에도 인생의 주제는 더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강의 중반부는 태교와 학교 교육부터 정체성, 성, 건강, 노년, 죽음의 문제까지 살펴보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생물학적 사이클로 본 주제라면, 다음은 인간이 갖춰야 할 이슈들이다. 바로 교양, 정치와 경제, 철학, 인간학, 윤리 따위다.

에릭슨의 사상에서 눈여겨 볼 개념은 ‘현장적 실재’다. 삶의 현장에서의 세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활동하고 작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위대한 삶을 산 간디와 루터다. 에릭슨이 연구한 인물이며, ‘청년 루터’와 ‘간디의 진리’라는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양심적 결단의 모험을 감행한 초  개인적, 역사적 초월적 차원의 인물이다. 김 교수의 말.

“두 사람은 진정한 지도자다. 또한 이 지도자의 덕목은 균형을 갖춘 인물이다. 통상적으로는 이 균형이 내면과 올바른 예의, 분명한 행동이다. 반면 큰 인물은 더 깊은 탐색과 확신으로 성취된다. 즉, 삶에 내재하는 논리, 현실 속에서 활성화하는 재능의 논리, 사회적 영향의 논리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성장은 결국 인간 이해에 이르는 것이어야 하고, 삶의 지혜도 이러한 근본에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매듭지었다.

■ 우주 자체가 바이올린 줄 되어 사람 위에서 연주

강의 마지막 부분은 외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성찰을 해야 하는지를 시와 동화를 통해 깨닫게 했다. 먼저 김우창 교수는 “시는 ‘현장적 실재’를 깊게 하는 수단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삶에서 생각하는 마음은 관조의 마음이다. 외부 세계를 집중해서 지켜보고 넓게 깊게 관찰하는 일이다. 이 관조의 과정은 시에서, 그것도 ‘사물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물시라는 단어는 독일의 문학연구자 쿠르트 오페르트가 만든 조어다. 19세기 후반에 나타난 시 형식이다.”

사물시란 사물자체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사물자체가 가진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다. 이 사물시의 대표적인 시인이 릴케다. 강의에 나온 릴케의 시다.

내 방과 여기 열려있는 공간 / 밤을 지켜보는데 모두 하나이다. / 나는 악기의 줄이다. 그리하여 팽팽히 / 밀려드는 공명 위에 매여 있다.

사물들은 바이올린의 몸뚱이, / 웅웅 울리는 어둠으로 가득하고, / 그 안에는 여인들의 울음이 꿈꾸고. / 그 안에는 세대를 건너 쌓인 / 원한이 잠들어 있다. 나는 /은빛으로 떨려 하고, 그러면 / 모든 것 내 밑에 살아난다. / 사물 속에 헤매던 것들 / 빛을 항하여 발돋움한다. / 하늘 물결치는 나의 노래 / 내 춤추는 음조로부터, 빛은 / 힘없이 좁은 틈 사이로 비추며 / 오래된 심연 속으로 / 끝없이 떨어질 것이다.

사람은 바이올린 줄이고, 사물은 이 바이올린의 몸체다. 두 개가 하나가 되어 바이올린, 음악이 된다.

김 교수는 “음악은 직접적인 연주자의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대기와 사람의 감정이 합쳐져 나오는 것”이라며 “즉 우주 자체가 바이올린의 줄이 되어 있는 사람 위에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김우창 교수는 "단순히 사회가 제시하는 사회적 기능을 넘어 넓은 관점에서 인간의 삶이 새로 생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릴케의 시는 사물과 인간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서, 사물과 인간의 변증법적 합일을 말하기 위해 인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다음 대목을 통해서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

“릴케에 있어 사물은 인간의 마음, 시인의 마음을 매개로 보다 분명해지는 사물이 된다.“

결국은 사물은 인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인간 역시 사물과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대할 때 어떻게 하는가. 관조의 마음을 갖기도 하지만, 효율적인 활용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김우창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마음을 열 수 있는가. 그 자체의 존재와 공존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안데르센의 ‘그림 없는 그림책’을 소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달빛 비치는 풍경이 등장한다. 해변, 나무, 숲, 봄, 딸기... 자연은 땅 위에 한껏 시를 펼쳐놓았다.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다. 사람들은 그 매력에 사로잡힌다. 그 때 달은 앞의,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여러 부류의 사람이다. 종합하면 자연을 돈이든, 사랑의 매개체로든 ‘이용’하려는 사람이다.

그 후 등장하는 이는 화가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마지막은 소녀다. 소녀는 숲 속의 소리를 듣고 바다와 하늘을 본 다음 두 손을 합장하고 기도를 드린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흐르는 느낌을 알지는 못한다.‘

이 때 나온 달의 대사다.

‘소녀가 스스로 이해 못하는 것을 나는 안다. 여러 해가 지나도 소녀는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눈에 본 그림이 자기 앞에 있고 화가가 화폭에 그려놓은 것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이리라는 것을. 나는 그녀를 쫓아 달빛을 보냈다. 터오는 새벽빛이 소녀의 눈에 키스할 때까지.’

김우창 교수는 “자연을 두고 기도로써 마음을 연 소녀야말로 존재의 아름다움 그리고 무한함과 더불어 있다”고 동화의 메시지를 설명했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자연과 인간, 사물과 인간의 관계처럼 사회와 인간, 현실과 인간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결론이다.

“단순히 사회가 제시하는 사회적 기능을 넘어 넓은 관점에서 인간의 삶이 새로 생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있어서 사회 기능도 인간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해보고 싶었다. 이 강연으로 삶의 지혜를 새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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