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知탐]은 '지식을 탐하다'라는 문장의 줄임말입니다.-편집자 주 

지난 9일 KBS2-TV <세상의 모든 다큐>는 4부작 ‘예술, 열정 그리고 권력: 영국 로열 컬렉션 이야기’(BBC, 2017년 제작)를 다뤘다. 이 중 2부 ‘다시 찾은 낙원’엔 영국 왕실에서 소유한 유물들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림이었다. 곤충을 초정밀 카메라로 찍어 놓은 듯한 세밀화였다. 그림의 작가는 독일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Maria Sibylla Merian, 1647~1717)이었다.

우리는 곤충학자의 대명사로 ‘파브르 곤충기‘로 잘 알려진 장 앙리 파브르 (Jean Henri Fabre)를 기억한다. 그러나 메리안은 그보다 2백년에 앞섰던 ’곤충 탐험가‘였다.

메리안의 그림.
메리안의 그림.(사진 위키피아)

메리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재취로 들어간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마테우스 메리안(Matthäus Merian, 1593~1650)으로 역사가, 지리학자이자, 동판화가였다. 그러나 메리안은 일찍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의 재혼으로 다시 다른 아버지를 갖게 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은 메리안으로 하여금 작고 특이한 외부세계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바로 곤충이었다. 열 세 살에 누에를 기르면서 곤충이 나비로 바뀌는 극적인 장면을 보면서 곤충학자이자 화가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지폐 속의 메리안

당시 만해도 애벌레와 나비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믿는 시대였다. 그런만큼 곤충을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며, 그림을 그리는 일이 일상의 일임과 동시에 잘 못된 과학관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그 결과물은 1675년 삽화집 ‘새로운 꽃에 관한 책’과 1679년 ‘애벌레의 이상한 변태와 개화’로 나타났다.

메리안의 그림은 언뜻 신사임당의 수박과 나비를 그린 ‘초충도’를 연상케 한다. 신사임당은 1504년에 태어난 시와 그림, 글씨에 능한 예술가였다. 그녀의 인생 역시 보통 사람과 달랐다. 결혼 후 친정에서 살면서 주변의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신사임당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으며, 풀벌레와 포도 수박, 매화 같은 세밀화를 남겼다. 특히 수박과 나비를 그린 그림은 메리안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둘 다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발휘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신사임당이 유교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듯, 메리안은 자연의 신비에 온 몸을 던져 연구했다. 특히 메리안은 쉰이 넘는 나이에 아프리카 수리남으로 동, 식물 탐험 여행을 떠났다.

두 사람은 남성 중심의 유교적, 가부장적인 시대에서 반짝반짝 빛난 예술가였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메리안은 곤충을 직접 관찰하는 최초의 자연주의자 중 한 명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다. 그리하여 독일 500 마르크 지폐에 그려진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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