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작가는 불안을 잠재우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려 한다.”-고 마광수,

3월이다. 햇볕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젊음의 고독은 깊어간다. 외롭고 따분하고 지루해서, 내 안의 뜨거움을 어쩌지 못해서 격정에 사로잡일 때, 책을 잡자. 그 순간으로 인해 스스로가 한 단계 고양될 수 있음을 믿자. 그리고 글을 쓰자. 어쩌면 작가 수업의 과정일 수도 있다. 고독은 작가를 만든다.

소설가 박범신은 전주교육대학을 졸업 후 무주군에서 교사로 재직했다. ‘깡촌’이라 오후 5시만 되면 어둠이 밀려오는 고독한 삶에서 그는 편지를 썼다.

“예민한 젊은이였으니까 무척 외로웠죠. 처음엔 서울로 대학을 간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한 친구는 제가 보낸 2미터가 넘는 두루마리 편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원고지 300매 분량의 편지를 여자도 아닌 남자 친구에게 썼다니 미쳤죠.”(예스24 '채널예스', 박범신 “글을 쓴다는 건 자기 구원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

독일 작가 릴케는 고독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한번쯤 반드시 읽어야 할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프(F). 2016)는 5년간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라는 젊은이게 쓴 글이다. 책은 혼자 있는 시간을 버거워하는 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책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다. 

“그러므로 고독을 사랑하고, 그로인한 고통을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로 참고 견디십시오. 당신의 편지에 따르면,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멀어져 간다고 했는데, 그것은 당신의 주변이 넓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 가까기에 있는 것이 멀어질 때 당신의 공간은 거대해지고 별들이 들어섭니다. 당신의 성장을 오히려 기뻐하십시오.”

편지 속의 ‘당신’은 당신일 수 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작가수첩'

릴케는 ‘나는 써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억누를 수 없는 내적 필연성을 꼽고 있다. 내안의 열망은 글쓰기의 동력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 2017)도 좋다. 1088페이지의 두꺼운 편지 글이다. 연인, 친구, 지인에게 보낸 편지다. 이 책에 그 유명한 ‘도끼’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다만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책들을 읽어야 할 게야.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고통을 주는 재앙 같은,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누군가의 죽음 같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멀리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은, 자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들이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해.”

끝에 나온 문장은 이미 주석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해진 글이다. 젊은 시절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알 속의 시기다. 

마지막으로 권할 책은 알베르 까뮈의 <작가수첩>(책세상. 1998)

이다. 이 책의 다음 대목을 읽으면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삶의 아름다움이 밀려와 위로가 된다.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즐겁고 축복 받은 삶임을.

"파리의 봄 : 하나의 약속 혹은 마로니에 잎의 새싹 하나, 그로 인해 비틀거리는 마음. 알제에서는 그 변화가 더 갑작스럽다. 그냥 장미꽃 봉오리 하나가 아니다. 어느 날 아침 숨이 컥 막히도록 맺힌 수천 개의 장미꽃 봉오리다. 우리의 가슴을 스쳐 지나가는 어떤 섬세한 종류의 감동이 아니라 수천 가지 향기와 수천 가지 눈부신 색깔들의 어마어마하고 헤아릴 수 없는 밀물이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어떤 감성이 아니라 그야말로 육체가 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봄은 새싹 하나로도 마음이 흔들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수천 개 장미꽃이 일제히 핀 모습이라니. 그 풍경을 상상하며 오늘은 고독에 침잠하며 읽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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