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라이트(Krystle Wright)가 호주 태즈마니아 토템 폴을 찍기 위해 로프에 매달려 있다. (방송 캡쳐)

[더 리포트] 깎아지른 절벽을 한 여성이 로프를 타고 내려온다. 여성은 아마추어인지 프로 등반가의 조력을 받고 있었다. 한 쪽 절벽을 내려오더니 바다를 헤엄쳐 다른 쪽 암벽 쪽으로 이동했다.  이어 두 절벽에 긴 로프로 연결했다. 여성은 이어진 로프를 타고 허공을 갈랐다. 아래는 아찔한 바다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 여성은 모험사진가 크리스탈 라이트(Krystle Wright)다. 그녀는 익스트림 첼린저다. 사람이 닿기 힘든 곳에 가서 어디에도 없는 사진을 찍는다. 이날 장면은 리얼리티 방송 ‘Red Bull TV’의 ‘Breaking the Day’라는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장소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섬. 이 섬에 있는 높이 65m의 ‘토템 폴’을 찍는 과정이었다. 토템 폴은 양쪽 절벽 사이에 길고 ‘가늘게‘ 우뚝 솟아있는, 수직에 가까운 바위기둥이다.

크리스탈 라이트는 땅거미가 질 무렵,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토템 폴을 찍기 위해 사투를 했다. 로프에 매달린 채 바다 위에서 말이다.

잠시 후. 토템 폴은 해가 지고 아주 짧은 시간, 찬란한 빛이 남겨놓은 짙고 분홍과 보라 색으로 물들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 만약 이 타이밍을 놓치면 어려운 일정을 다시 해내야 한다. 마치 영화를 찍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재 세팅하듯 말이다.

크리스탈 라이트(Krystle Wright)가 찍은 토템 폴 사진.

크리스탈 라이트는 “바로 이 순간”이라고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빛이 수놓는 적막과 장엄 속의 바위기둥은 마침내, 카메라에 포획되었다.

그녀는 그런 순간 “제가 되고자 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그 말에 대한 크리스탈의 답은 이렇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도 제가 만들어낸 순간은 놀라울 만큼 귀중하니까요.“

사진 한 장을 찍기 해 필요한 건 사진가의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다. 그것이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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