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플록의 <넘버 32>

[더 리포트]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은 추상표현주의(액션 페인팅)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그가 많이 썼던 회화 기법이 ‘드리핑 페인팅’이다. 캔버스 위에 물감을 쏟으며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안료를 직접 캔버스에다 흘림으로써 얻어지는 우연적인 표현 효과를 기대하는 형식이다. 드리핑의 결과물은 현대 다양한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잭슨 폴록 회화의 이미지와 드리핑 기법을 요즘 현대적 시각에서 패션디자인 작품으로 응용하면 어떨까.

논문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드리핑(dripping) 회화 이미지를 응용한 패션디자인 연구>(조윤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9)은 그 결과물이다.

논문은 먼저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이 가장 완숙하게 나타난 1947년에서 1950년도까지 제작된 작품의 이미지를 분석하였다.

이어 다양한 드리핑 회화를 살펴본 다음, 그 이론적 배경에 근거하여 드리핑 기법을 적용한 패션디자인 작품을 탐색했다. 구체적으로 잭슨 폴록의 드리핑 회화에서 추출한 이미지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실리콘 도료를 피혁에 뿌리는 행위를 통해 패션디자인 작품 소재를 제작하였다.

연구 대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자료 및 문헌자료, 사례 연구와 더불어 작품 기획과 제작에 필요한 디자인 표현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재료로서 사용되는 실리콘과 가죽의 특성을 조사하여 디자인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자 하였다.

작품은 총 6착장으로 원피스드레스 2점, 탑 2점, 팬츠 1점, 스커트 1점, 코트 2점, 케이프 1점 등 총 9가지 아이템으로 구성하여 완성하였다.

작품으로 완성된 의상의 실루엣은 드리핑 기법이 가장 완성도 높게 보일 수 있도록 넓은 면적을 의도하였다. 슬리브를 길게, 끝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게 디자인하였으며 의상의 끝단은 가죽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잭슨 폴록의 드리핑 회화에 나타난 선의 흐름과 이미지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잭슨 폴록의 드리핑 회화를 분석한 결과 이미지 특성은 우연성, 역동성, 복잡성, 다층성으로 분석되었다.

논문은 “그 중 다층성은 다양한 색의 선들을 계속적으로 쌓아 층을 만들어 줌으로써 의상 작품 표면에 다층적인 이미지 특성을 강조할 수 있다”며 “특히 모델링 페이스트와 공업용 페인트 등을 사용하여 도료의 농도를 보다 짙게 혼합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논문에 따르면 주요 원단으로 자유로운 외곽선을 강조한 양피를 여러 장 이어서 사용하였는데 거칠고 가공되지 않는 가죽의 특성은 우연성을 갖는 드리핑 기법의 즉흥적이고 원시적인 특성과 잘 어우러졌으며 드리핑 이미지 표현의 재료로 실리콘이 효과적이었다. 경화가 빠른 특성은 의상 소재에 드리핑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적합했다. 

논문 저자는 “혁신과 전환의 가치를 중시하고 경계를 넘나들며 분야의 연결을 시도하는 연구들이 현대 패션디자인이 예술로서 확장된 표현 영역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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