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충돌 은하인 부자은하, M51의 모습.  M51의 나선팔 끝에 동반 은하인 NGC 5195가 있다. NGC 5195는 M51을 스쳐 지나가면서 서로의 인력으로 팔이 연결되었다. 이처럼 이웃 은하들은 때로 가까운 거리를 스쳐 지나가며 상호작용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러한 상호작용이 은하의 회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 증거를 이번에 최초로 발견했다. (사진 출처: CAHA, Descubre, DSA, OAUV)
대표적인 충돌 은하인 부자은하, M51의 모습. M51의 나선팔 끝에 동반 은하인 NGC 5195가 있다. NGC 5195는 M51을 스쳐 지나가면서 서로의 인력으로 팔이 연결되었다. 이처럼 이웃 은하들은 때로 가까운 거리를 스쳐 지나가며 상호작용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그러한 상호작용이 은하의 회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 증거를 이번에 최초로 발견했다. (사진 출처: CAHA, Descubre, DSA, OAUV)

[더 리포트] 우리 은하를 비롯한 대부분 은하는 다른 이웃 은하들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 소위 코스모스다. 이 은하들은 때로 가까운 거리를 스쳐 지나가며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상호작용이 은하의 회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흥미로운 가설이 아닐 수 없다.

이 물음의 답은 ‘은하의 회전 방향은 이웃 은하의 평균적인 운동 방향과 뚜렷한 상관성을 보인다‘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이 최근 3차원 분광 관측 자료 분석을 통해 최초로 밝혀낸 사실이다.

4일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상관성은 최대 260만 광년 떨어진 이웃 은하들에서 발견됐다. 이를 시적으로 표현하면, 은하가 1억 년에 6만 광년 정도를 이동한다고 추정할 때 '은하는 약 40여 억 년 전에 다른 은하와 만났던 기억을 회전이라는 운동학적 성질로써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은하 회전과 이웃 은하 운동의 상관성은 은하의 외곽부 회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은하의 안쪽보다는 바깥쪽이 더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회전하는 은하가 어둡고 가벼울수록, 이웃 은하는 밝고 무거울수록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다. 가벼운 은하일수록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고 반대로 무거운 이웃 은하일수록 다른 은하에게 쉽게 영향을 주는 탓이다.

이런 결과들은 운동학적 상관성이 은하와 은하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서 기원한 것임을 뒷받침한다.

천문연구원 연구진은 우선 3차원 분광 관측 자료를 통해 정확한 회전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400여 개 은하들을 분석했다. 3차원 분광 관측은 은하의 스펙트럼을 공간적으로 잘게 쪼개어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최신 관측 기법이다.

이렇게 분석된 은하들의 회전축을 나란히 정렬하여 주변에 위치한 이웃 은하들의 운동방향 분포를 모두 겹쳐보았다. 그 결과, 관찰자인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운동과 가까워지고 있는 운동을 구분해 은하의 회전 방향이 이웃 은하의 평균적인 운동 방향과 뚜렷한 상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관측 자료는 칼리파(CALIFA, Calar Alto Legacy Integral Field Area Survey) 데이터로, 이는 독일과 스페인이 공동 운영하는 칼라 알토 천문대(Calar Alto Observatory)에서 공개 제공하는 3차원 분광 탐사관측 자료이다.

은하들 간의 상호작용은 회전과 같은 운동성 외에도 많은 흔적을 남긴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나이 분포를 바꿔놓기도 하고 은하의 전체적인 형태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변하게 된다. 상호작용으로 인해 새로운 젊은 별들이 탄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별들은 결국 늙어가게 된다. 은하의 형태 또한 상호작용 직후 다소 복잡해지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면 더 무디고 단순한 모양으로 변하게 된다.

이에 비해 어떤 물체가 회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각운동량은, 에너지와 같이 본질적으로 보존되는 물리량이다. 일단 외부의 영향을 받아 각운동량의 변화가 발생하면 다시 추가적인 외부 영향이 있기 전까지 그 계(system)가 가진 각운동량은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때문에 은하의 운동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 은하의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운동학적 연구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천문대에서 최대 3만여 개 은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대규모 3차원 분광 탐사관측 프로젝트인‘헥터(Hector)’ 참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이준협 박사는 “지금까지는 은하가 놓여있는 다양한 환경에 따라 은하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많았고, 은하의 회전축과 회전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에 관한 연구는 최근에서야 주목받는 연구 주제”라며 “은하의 회전 방향이 이웃 은하의 운동 방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천문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인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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