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문학부터 과학까지 살아있는 동안 꼭 읽어야 할 고전을 리포트 합니다. 그저 ‘One of them'이었을 논문이나 책을 고전의 반열로 올라서게 한 학문적 중요성 외에 화제나 재미, 정보성의 뉴스거리를 함께 제공합니다. - 편집자 주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궁리. 2006)

1953년 3월 7일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높이 180cm의 DNA 모형을 완성한 날이다. 20세기 과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DNA 구조의 발견 과정은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여느 과학적 업적을 담은 성공스트리와 다르다. '위대한 업적 이면의 경쟁과 음모, 시기, 질투를 담은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저자 왓슨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했다. 이는 집필 동기에서 잘 나타나있다.

“일반 대중이 과학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하여 너무 모른다. 나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과정도,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정정당당한 경쟁, 그리고 개인적 야심이 뒤얽힌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일반적 현상을 그대로 답습한다고 생각한다.”

DNA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한 논문은 1953년 <네이처>지에 발표되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두 사람은 이 논문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과정은 이렇다.

왓슨은 인디애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이 때 한 학회에서 모리스 윌킨스가 발표한 DNA 결정의 X-선 회절 사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다.

크릭은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의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기법인 X-선 회절이론에 정통해 있었다. 왓슨과 크릭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캐번 연구소에서 만난 후 DNA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미 이 분야에는 앞선 연구자가 있었다. 모리스 윌킨스와 젊은 여자 과학자 로잘린 프랜클린이었다.

왓슨과 크릭은 미국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단백질의 알파-나선구조를 분자모델을 이용하여 제시한 점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윌킨스의 DNA 결정의 X-선 회절 사진과 다른  DNA 선행연구를 합해서 이중나선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프랭클린과 윌킨스, 그리고 왓슨과 크릭 사이의 경쟁과 ‘암투’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어나는 보통의 수준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특히 프랭클린의 정밀한 X-선 회절 데이터를 편법적으로 얻어낸 점은 양심의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승리는 왓슨과 크릭에게 돌아갔다. 나선을 발견할 때의감격은 어땠을까. 왓슨은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소회를 토로했다.

“시료는 25도만큼 기울여두었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나선을 나타내는 반사점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음화를 불빛에 비쳐본 순간 나는 감격에 몸을 떨었다. 거기에는 틀림없는 나선의 표시가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하숙에 돌아갈 생각도 없이 행복감에 가득 찬 기분으로 연구소 뒤뜰을 한 시간 이상이나 걸어 다녔다.“

여기서부터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다. 왓슨과 크릭. 과학계의 최고 발견의 공로자는 두 사람이다. 역사적 업적을 담은 논문의 저자가 둘일 때엔 누구 이름을 먼저 쓰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모든 책에는 모두 왓슨이 먼저 표기되어 있다. 왜 크릭이 먼저 나오지 못했을까. 크릭이 기여도가 낮아서일까. 답은 어이없게도 하찮은 방법에 의한 결정 때문이었다.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가마타 히로키. 부키. 2010)은 그 결정이 '동전 던지기'였다고 전한다. 그 뒤로 모두 왓슨이 앞이다.

저작권자 © 더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