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사동문화' 제공
한글을 패션에 활용한 스카프. 사진 '인사동문화' 제공

[더 리포트] 국립한글박물관(박영국 관장)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한글과 관련된 선인들의 활동과 노력을 조명하는 테마전시 '독립운동의 힘, 한글'전(2월 25일~6월 30일)을 열고 있다.

한글은 과학적인 창제 원리뿐 아니라 조형미에서도 뛰어난 글자다. 한글박물관은 해마다 이 한글의 조형성과 관련한 전시를 기획해왔다. 올해는 '한글실험프로젝트 : 문자를 넘어서'(9월 9일~2020년 2월 2일)를 열 예정이다.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측면의 연구와 전시 활동이다.

<한글 패턴을 응용한 스카프 디자인 연구 = A Scarf Design applied by Hangeul Pattern>(이슬기. 목원대학교 대학원. 2019)은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문화 가치로서 한글을 재조명한 논문이다.

구체적으로 ‘한글 서체의 구성 원리와 조형 원리를 분석하고 그 원리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텍스타일 패턴 디자인을 개발, 스카프라는 상품으로의 제작을 시도’한 것이다.

연구는 한글을 자음과 모음으로 분류한 뒤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텍스타일 패턴으로 개발했다. 이어 이를 다양한 형태의 스카프에 적용시켰다.

관건은 한글 서체의 구성 원리와 조형 원리를 중심으로 일정한 규칙을 통해 모티브의 형태를 만들어 패턴을 도출해내는 데 있다. 작품 제작은 DTP(Digital Textile Printing)기법을 활용하였다.

그 결과 논문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먼저 한글의 조형 원리에 해당하는 기하학적 형태, 대칭, 반복의 특성을 통해 한글이 가지고 있는 조형적인 요소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또한 한글 서체가 적용된 패션디자인, 문화상품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시각디자인, 건축디자인, 설치미술디자인의 사례를 분석하여, 여러 디자인 분야에서 한글의 조형 원리와 유사한 조형적인 요소가 활용됨을 알아냈다.

에르메스의 트윌리 스카프.
에르메스의 트윌리 스카프.

특히 스카프 디자인 현황 분석을 통해 ‘트윌리 스카프’가 앞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밝혀냈다. 트윌리 스카프는 일반적인 정사각형 형태의 스카프와는 달리 폭이 좁고 길다. 원래 가방 손잡이에 장식용으로 달던 패션이다. 목에 감으면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이 난다.

논문 저자는 “한글 본연의 아름다움을 스카프에 적용하여 소비자의 개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서의 상품화가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과 패션의 세계화 가능성은 이미 열리고 있다.

지난달 작고한 패션계 거장 칼 라거펠트는 지난 2015년 동대문 DDP에서 열린 샤넬 2015/16 크루즈 패션쇼에서 한국의 색동저고리와 조각보 등에서 영감을 얻은 옷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패션쇼에는 한글이 쓰인 재킷도 있었다. 

칼 라거펠트의 생전 어록 중 하나는 “한글은 정말 아름다운 글자다”였다. 이 논문은 창제 원리와 더불어 조형미도 뛰어난 한글 패션의 나아갈 길에 많은 영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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