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이 어때서>오승현 지음 | 조은교 그림 | 풀빛

[더 리포트=김시은 인턴기자] 중세시대 귀족들의 저택에는 ‘기절방’이 있었다. 그 방에는 ‘기절 소파’라는 긴 소파가 있는데 기절한 여성들은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그곳에 누워있었다. 그녀들은 왜 기절방이 필요할 정도로 자주 졸도했을까. 이유는 허리였다.

<내 얼굴이 어때서>(풀빛.2016)에 따르면 16세기부터 가녀린 허리는 미의 상징이었다.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는 자신이 정한 허리 사이즈를 충족하는 여성만 궁에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그녀가 정한 기준은 무려 13인치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성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허리를 가늘게 만들었다. 코르셋은 대유행이 됐고 허리를 지나치게 꽉 조이다보니 여성들은 졸도하기 바빴다. 기절방도 그래서 생겨났다. 

웃긴 이야기지만 우스운 일은 아니다. 코르셋 때문에 기절을 넘어 장기가 뒤틀리고 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현대의 아름다움도 다분히 폭력적이고 고통스럽다. 꽉 끼는 바지, 보정 속옷, 높은 굽의 구두. 모두 우리를 힘껏 쪼이고 숨 막히게 한다. 이제 그것들에서 과감히 벗어나 한 숨 크게 뱉어보는 건 어떨까. 졸도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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