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 류동수 옮김 | 솔빛길

[화이트 페이퍼] “좋은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 누군가 이런 부탁을 해서 책을 한 권 추천했다. 얼마 뒤 그 사람이 ‘좋은 책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당연히 좋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대방이 원치 않던 책을 추천하게 된 경우라면 어떨까?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류동수, 2015)는 책 어느 날 우연히 폐업한다던 아주 오래된 동네 서점을 사게 된 저자의 서점 운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에는 저자가 추천한 책으로 인해 아찔하면서도 긴박했던 순간의 경험이 담겨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루는 상냥한 D여사가 서점에 와서 휴가 때 읽을 좋은 책을 찾고 있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장편 소설에 매우 열광해서 그 책을 권했다.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귀머거리 소년, 미국에 있는 어느 농가, 개사육 세 가지였다. (중략)

D여사는 회의적이었다. (중략) 그러나 그녀는 내가 보이는 열광적인 반응에 전염되고 말았다. 그녀는 딱 한 가지 조건, 비극적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중략) 그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주말에 나는 일을 하지 않고 꼬박 그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었다. 오. 마이. 갓. 해피엔딩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이렇게 우울한 결말이라니. 일요일 오후, 나는 저 아래 어둑어둑한 서점으로 내려가 컴퓨터를 켠 다음 고객 카드에서 D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뒤져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 계속 읽지 마세요! 모두 다 죽어요. 개까지요!"

답장이 곧장 왔다!

"이미 늦었어요." (170쪽)

“이미 늦었어요.”란 D여사의 답변에 순간, 킥킥거리게 된다. 우울하고 슬픈 표정을 띤 여사와 마지막까지 고객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저자의 망연자실했을 모습이 오버랩 되며 뭔가 웃프다.

책을 추천한다는 것.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즐거움도 있지만 늘 긴장감도 함께 따라온다. 이에 저자 또한 책 추천을 ‘매번 외줄타기 같은 일’(168쪽)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책전도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좋은 책을 추천하고자 노력한다.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따뜻함이 가득 배어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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