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헤어아트 작품.
다양한 헤어아트 작품. (헤어샵 광고 이미지)

[더 리포트] 미장원에서 머리 염색을 하던 중, 헤어에 관한 논문을 검색해 봤다. 과연 헤어 스타일에 대해 어떤 연구가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검색 중 재미있는 연구주제와 만났다.

'<십장생을 응용한 폐모발 헤어아트-Sipjangsang on canvas created with hair waste>(정명호, 서경대학교 대학원, 2019).'

십장생, 폐모발, 헤어아트란 단어도 각각 생소한데, 그 셋이 결합되다니 신선했다. 혹시나 해서 ‘헤어아트’에 대한 논문을 찾아봤다. 예상보다 많은 논문이 검색되었다.

그런데 헤어아트를 연구하기 위한 제재가 정말 특이했다. 예컨대 사군자가 있었다. <사군자를 모티브로 한 회화적 헤어아트 연구> 같은 것이다. 대체 사군자가 헤어아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생각을 비웃듯, 목록은 계속 이어졌다. ‘야생화의 조형미를 응용한 헤어아트’, ‘피카소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헤어아트’,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아 속 도기화를 차용한 헤어아트’, 따위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헤어아트는 미용의 일부이지만 패션, 디자인, 미용, 예술 분야에서 상당히 핫한 주제였다.

작가의 철학과 상상력을 모발을 통해 재창조

헤어아트는 작가의 철학과 상상력을 모발을 통해 창조하는 작업이다. 독창적인 생각과 개성을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오브제가 활용되고 있다.

헤어아트 논문들은 이런 창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연구하고자 했던 것이다. 소재로서는 최근엔 버려지는 폐 모발을 이용한 헤어아트 작품이 부상하고 있다. 기법은 전통과 첨단,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고 있다.

이를테면 앞의 ‘십장생’을 응용한 연구는 쉽게 버려지는 폐 모발을 소재로 십장생의 열 가지 사물을 모티브로 선조들의 아름다운 문화를 계승하고자 했다.

앞에 소개한 <사군자를 모티브로 한 회화적 헤어아트 연구>(박경애, 서경대학교 미용예술대학원. 2018)은 매, 난, 국, 죽의 특징과 사상을 연구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폐모발을 이용한 작품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과거 전통문화의 현대적인 미학적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사군자는 전통적인 수묵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형태적인 아름다움과 전통적이고 깊은 상징성은 모티브로서 헤어아트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예술의 상호작용을 통한 통합적 미 추구

논문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아’ 속 도기화를 차용한 헤어아트-Hair art borrowed from porcelain paintings in 'Ilias' and 'Odyssey’(한민경, 서경대학교 미용예술학과, 2017)는 앞의 논문과 달리 소재를 작품용 가발과 헤어 피스로, 모티브로는 서양 쪽 고전을 차용했다.

그렇게 해서 총 9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내용과 의미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오디세우스 일행이 9일간의 표류를 한 장면은 ‘사실의 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환상의 세계는 하늘색과 백색의 헤어피스로 생동감 넘치는 날개로 설정하였다. 작품용 가발의 컬러는 백색으로 업스타일 하였으며 깃털 모양의 하늘색 긴 피스로 환상의 날개를 표현하여 사실의 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 한 헤어아트로 조형화였다.

논문 저자는 “처음으로 고대 그리스의 도기화 디자인을 차용하였고 업스타일을 토대로 사용함으로써 연출기법과 창의력의 다양화를 발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외에 미술작품을 응용하려는 시도 역시 적지 않았다. 옵 아트의 대표적인 작가인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의 작품을 응용하거나 뉴욕 출신의 팝아티스트인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회화를 모티브로 하는 식이다.

이 같은 시도는 문화와 영화, 회화, 사진과 같은 예술이 상호작용하여 통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 동시에 헤어아트가 조형예술의 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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