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더 리포트] ‘우리 역사의 20세기 전반기가 근대기를 통틀어 미술과 문학이 가장 밀접하게 교류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동시에 이 조류는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의 작품 속에 뚜렷이 나타났다. 특히 이중섭의 예술관은 미술과 문학의 융합을 접점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예술적 사유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논문 <이중섭의 작업에 나타난 문학적 특성 = Literary Features observed in the Works of Lee Joong seop>(윤아영,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9)의 주요 내용이다. 말 그대로 이중섭 작가의 작품에 내재된 문학적 특성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본 연구이다.

논문은 “이중섭이 출생한 1910년대부터 가장 비약적으로 활동한 1950년대까지의 시기는 화가와 문인들의 관계는 인적교류의 차원을 넘어 공동 활동으로 확장되었던 때”라며 “이로써 미술과 문학을 접목시키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의 토대가 되었다”고 전했다.

논문에 따르면 이 중섭은 서예교육과 전통미술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이미지와 문자를 일체시하는 동양의 전통미학을 습득하였으며 1930년대 일본 유학을 통해 낭만주의, 다다이즘 등 장르 간 경계를 허문 서구의 예술동향들을 경험했다.

특히 이 시기 다방은 서구예술동향의 영향으로 화가와 문인들이 교류하는 문화적 요충지로서 활용되었는데, 이는 이중섭이 문인들과 교류하며 문학적 영향을 수용하고, 공동활동에 참여하는 주요 경로가 되었다. 다음은 논문요약이다.

먼저 이중섭의 작품에서 미술과 문학의 만남은 그 표현의 도구인‘이미지’와‘문자’를 혼용하는 양상을 통해 확인된다. 이는 한글, 한문 등 문자의 형태를 변형하여 이미지로 환원하거나 회화적 기법을 활용해 문자의 시각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 글과 그 내용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결합하는 방식 등으로 구현된다.

또한 도서 ․ 신문 ․ 잡지를 망라한 이중섭의 삽화는 문학적 텍스트를 형상화하였다는 점에서 문학과의 관련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특히 도서표지화는 대상 문학작품에 근원을 둔 소재들을 활용하여 그 내용을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것인데, 이는 독자에게 문학의 서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시각 기호라 할 수 있다.

이중섭 작업의 문학성은 문학의 구현방식인 서사를 통해서도 부각된다. 동양의 도교, 불교, 토속신앙에 뿌리를 둔 설화문학으로부터 모티프를 차용한 그의 그림들은 설화문학의 출발점인 애니미즘사상과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환기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식물들은 고대문헌에 수록된 설화 ․ 신화에서 숭배와 희생을 상징하는 애니미즘의 대상들이며, 작품 속 환상적 풍경은 가족과의 재회를 꿈꿨던 그만의 유토피아적 도해인 동시에‘무릉도원’,‘십장생도’와 같은 전통설화의 이상향을 차용한 것이다.

한편 이중섭 작품의 서사는 그의 자전적 내용을 통해서도 구현된다. 가족과의 일상, 추억 등을 형상화한 그의 작품들은 시각이미지로 문학의 언어를 대체한 일종의 자서전적 회화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작품에는 자서전문학의 조건과 부합하는 여러 특징들이 내재되어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는 자신의 심리를 투영한 대상으로서 이중섭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경험과 감정이 투사된 작품들 간의 상호작용은 이중섭의 자서전적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논문은 “이중섭 작업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시도라는 점에서, 또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아카이브 작업들까지도 연구의 대상으로 포함시켰는데 이를 통해 이중섭 작업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을 시도한 것 역시 의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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