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모스크바 국제식품박람회 통합한국관을 관람 중인 현지인 관람객들 모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제공
2019 모스크바 국제식품박람회 통합한국관을 관람 중인 현지인 관람객들 모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제공

[더 리포트] “우리 차 문화의 교류와 소통, 예절과 존중, 그리고 집단 의례와 의식 등이 조화와 어울림, 소통과 공유, 여유, 공동체 문화와 예절 등의 문화유전자와 상관관계가 있다.”

대한민국의 차 문화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의 상관성을 연구한 논문이 이목을 끌고 있다.  조선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한국 차문화와 문화유전자의 상관성 연구(김정, 2019))은 차 문화가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논문은 우리가 차를 즐기지 않는 최근의 상황은 가장 소중한 전통 하나를 잃어버렸음을 보여준다. 인류의 발전은 생물학적인 진화뿐만 아니라 문화적 진화도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인 유전자가 바로 문화유전자이기 때문이다.

논문은 한국 차문화가 교류와 소통, 예절과 존중, 집단 의례와 의식, 오락과 풍류, 수행 등의 특징을 가지며,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의 특징은 조화와 어울림, 정과 사랑, 공동체문화와 예절, 소통과 열정과 공유, 풍류와 낭만 등의 특징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논문은 한국 차문화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의 상관성을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문화·예술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논문에 따르면 정신적 측면에서 한국의 차문화는 예절과 존중, 집단 의례 및 의식, 그리고 수행 등이 문화유전자의 예의, 공동체문화, 발효, 조화와 어울림 등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한국 차문화는 가락국의 혼인 다례를 시작으로 봉차라는 의례 등을 통해 현재의 혼인 다례로 계승되었다.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는 마음가짐으로 차를 사용하였고, 종교적 공양물과 하사품으로도 쓰였다. 이처럼 차는 예의를 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토속신앙에서 시작해 고려의 불교문화에는 차를 올리는 다양한 의례가 발전되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차가 귀해 차 대신 물을 떠놓고 의례를 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다문화가 중국과 비교해 일반화되지 못했지만, 품격과 의식을 갖추어 정중한 예를 차렸음을 알 수 있다. 예의를 갖춘 다례는 자신과 상대방에게 정성을 다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한편, 사대부들은 차를 수양과 수행의 도구로 사용했다. 차를 마시며 자신을 성찰하고 국가와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사대부들은 종종 사찰을 찾아가 승려와 함께 차를 마시며, 세속의 번민을 씻고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위안을 받기도 했다.

정서적 측면에서 한국 차문화의 교류와 소통, 오락과 풍류 등이 문화유전자의 정과 사랑, 풍류와 낭만 등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계층 간의 교유는 한국의 ‘정’이라는 문화유전자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차와 다구를 선물로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거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벗에게 차를 소재로 한 시문을 주고받으며 그리움을 담아 마음을 표현하였다.

사찰에서 스님들은 차를 만들어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하였다. 이러한 미풍양속은 걸명시를 통하여 알 수 있었으며, 차가 그들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차는 인연이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습이었으며 맛이요, 멋인 감성의 도구였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한국 차문화의 교류와 소통, 예절과 존중, 그리고 집단 의례와 의식 등이 조화와 어울림, 소통과 공유, 여유, 공동체 문화와 예절 등의 문화유전자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상, 생활습관, 그리고 문화 등을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어 화합하는 ‘어울림’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다회(茶會)라는 공동체 모임을 통해 소통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차를 마시며 경연이 이루어지고, 현안을 토의했다.

죄인을 다스리는 자리에서도 차가 함께 어울렸다. 다회에서 차와 사람, 자연을 소재로 한 시·서·화를 창작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차문화를 매개로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어울림을 추구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문화·예술적 측면에서는 한국 차문화의 오락과 풍류, 집단 의례와 의식, 그리고 교류와 소통 등이 풍류와 낭만, 여유, 공동체 문화, 소통과 열정과 공유 등의 문화유전자와 상관관계가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친화적 공간인 정자에서 차를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 이는 감상적인 정서로 이어져 시·서·화와 같은 예술 활동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덕리의 차무역론과 정약용의 중국 각다(榷茶) 정책 연구, 그리고 다신계 조직은 차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초의와 경화사족(京華士族)의 차에 대한 열정은 동다송(東茶頌)과 초의차로 이어져 차문화 융성에 크게 기여 하였다.

한국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음용되어온 떡차는 구증구포(九蒸九曝)의 방법으로 제다되었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제다법이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제다된 차로 한국인들의 차에 대한 깊은 지식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의 차문화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모습으로 향유되고 있었다.

한국의 차문화는 다양한 문화유전자와 함께 발전해 왔다. 관련 문헌을 통해 선조들은 차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손수 차를 끓여 마시는 검덕을 실천하며 예를 갖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차를 나누면서 교유의 장을 마련하였고, 현실의 번민에서 벗어나며, 심리적 위안을 받기도 하였다.

차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차를 단순히 한 개인의 수양이나 몸을 위해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위민사상으로 확대됨을 보여주었다.

한국 차문화유전자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복제되고, 그 당대 문화적 특성에 따라 변화되었으며, 사회적 소통을 통해 계승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논문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한류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와 같은 문화유전자를 규명하여 공포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할 만하다”라며 “이제는 차문화를 정신문화적 소산으로 한정하여 그것의 문화적 가치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경제적 활용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인문학적으로 한국의 문화유전자 요소들을 차 속에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 또한 절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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