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일대.
서울 명동 일대.

[더 리포트] 한국의 부자들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1,226만원을 지출해 일반가계(332만원) 대비 3.7배 높았다. 올해 경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으나 절반 정도가 현재 자산 구성(부동산 대 금융) 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보유 부동산 유형별로 보면 상업용부동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사실은 KEB하나은행(은행장 함영주)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정중호)가 내놓은  '2019 Korean Wealth Report'를 통해 밝혀졌다. 리포트는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관리 형태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KEB하나은행 PB손님 중 총 922명의 설문 내역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조정 국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자들은 향후 5년 간 국내 실물 경기(부동산 경기 포함)가 침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보였던 낙관적인 전망이 비관적으로 선회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서울지역의 경우 현 상태로 유지된다는 답변이 46%로 가장 많았지만, 지방은 응답자의 82%가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실물 경기와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상황에서 부자들의 46%는 현재 자산 구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보다는 관망하는 경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구성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인 응답자 비중은 18%였다.

부동산 비중을 확대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자 비중은 13%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안성학 연구위원은 "지난해 결과와 비교할 때 현재 자산구성을 유지하겠다는 비중이 증가했는데 이는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변경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 비중은 53.1%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의 부동산 비중이 증가한 반면 지방 거주 응답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일부 반영됐다.

보유 부동산 유형별로 보면 상업용부동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거주목적주택, 투자목적주택, 토지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업용부동산 비중은 전년대비 감소했고 거주목적주택과 투자목적주택의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와 70대 이상 고연령층은 투자목적주택 비중이 낮고 상업용부동산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소는 "고연령층의 경우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자목적주택을 통한 자본이득보다는 상업용부동산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을 더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폭락해 전반적으로 자산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부자들의 평균 금융자산 수익률도 1.86%에 불과해 지난해 대비 4.7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부자들은 2019년에 어떤 금융상품 투자를 선호할까? 1순위는 단연 지수연계 금융상품(ELS, ELT)이 차지했다. 다음으로 단기금융상품, 정기예금 등의 순이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인 자금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사모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주식 직접투자나 주식형 펀드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부자들이 사모펀드와 부동산대체투자펀드 등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환경 변화에 따라 부자들은 자산관리 및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 시 의논하는 대상으로 PB(65.4%)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5.7%p나 증가한 수치다. 안성학 연구위원은 "자산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 사모펀드 등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향후 투자의사 결정에 있어 PB의 역할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지난해 소비행태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1,226만원으로 일반가계(332만원) 대비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 비율)을 보면 부자의 소비성향이 약 30%인 반면 일반가계는 약 70%로 나타나 부자들의 저축이나 투자 등을 위한 여유자금이 충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강남 3구 거주자의 지출액 및 증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방 거주자의 경우 지출규모는 수도권 부자보다 많지만 지출 증가율은 0.5%에 불과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지출규모가 가장 컸던 60대를 제치고 70대 연령층의 지출규모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소는 "빠른 고령화와 함께 액티브 시니어들의 증가로 고령층의 문화생활 및 사회활동 폭이 더욱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들은 향후 '문화 및 레저 ’와 ‘의료비 및 의약품비'를 많이 늘리고 '의류 잡화나 외식비'를 감축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문화생활과 건강 문제에 대해 부자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속 또는 증여 받은 자산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57%로 나타났다. 특히 보유자산 규모가 클수록 자산이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중도 높았다. 부자들의 자산형성에 있어 상속 또는 증여와 같은 세대간 자산 이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유자산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부동산 투자가 27%로 가장 높고, 사업소득 20%, 근로소득 19%, 금융자산투자 19%, 부모의 증여·상속 15% 순으로 나타났다. 자산형성에 있어 부동산 투자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나 사업소득, 근로소득, 금융자산투자도 자산축적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자들은 보유 자산을 노후자금으로 48%, 상속 24%, 증여 19%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부하겠다는 응답은 4%로 나타났다. 응답한 부자들 중 재산의 일부를 이미 자녀 또는 손자에게 증여했다는 답변은 53%에 이르렀다. 증여자산 형태는 현금·예금이 52%로 가장 높고 상업용부동산 20%, 주거용부동산 17% 순으로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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