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포트] 작년에 정년 퇴직한 최윤희(62)씨는 현재 환경단체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다.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행복하다. 전 과목을 가르치는 학업 관리와 자질구레한 학생 생활 지도 외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승진에 대한 부담이었다고 한다.
초등 교사는 교장이 되기 위해 ‘승진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 경력과 근무성적, 연수 성적과 가산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부 교사는 이를 두고 ‘승진 기계’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쓴다. 또한 교장 승진의 필수코스인 교무부장교사로서 일하면서 얻는 스트레스 역시 매우 크다.
<승진 준비 중인 초등학교 교무부장교사의 근무 스트레스에 관한 체험분석>(정병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2018)는 그 실태를 알려주는 논문이다.
이 논문 역시 교무부장교사가 ‘승진 점수 관리’, ‘근무 평정’, ‘업무 곤란과 불안’과 같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승진 준비 중인 초등학교 교무부장교사 7명을 직접 면담한 결과이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분노’, ‘황당함’, ‘자괴감’, ‘불안감’, ‘실망감’을 나타냈다. 특히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피 연구자에게 ‘분노’의 정서가 가장 많았다. 이는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이들의 스트레스 대처법은 ‘비난/공격’, ‘회피/체념’, ‘자기 합리화’, ‘포기’, ‘인정’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승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승진을 포기한 교사들의 마음은 어떨까. 역시 만만치 않았다.
논문 <초등 교사들의 승진 중도 포기에 관한 사례연구-A Case Study on Elementary Teachers' Abandonment of Promotion>(이은미, 부산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2019)은 해당 교사를 대상으로 승진 준비 동기, 승진 포기 요인, 승진 포기 후 변화, 승진에 대한 재인식(새로운 이해)을 연구했다. 역시 교사 6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다. 여기에는 초등 교사의 상황과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에 따르면 승진 준비 동기는 대략 4가지였다. 주변인의 권유나 노후의 편리함, 평교사로서 지내기에 눈치 보임과 개인적인 명예와 교육철학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승진에 대한 갈등을 겪다 포기를 하게 되는데 그 요인은 부족한 승진점수, 관리직에 대한 회의, 동료교사와의 계속되는 경쟁에 지침, 건강 악화, 가정생활에의 소홀함이었다.
그렇다면 승진 포기 후 변화는 어떨까.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학생들과 관계는 더 끈끈해졌고, 학교업무도 수월해졌다. 동시에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닌 동료교사와 관계나 눈치 볼 일 없어진 관리자와의 관계도 좋았다. 삶이 보다 건강해졌고, 취미생활도 즐기게 되었다.
논문 저자는 “면담 대상자들은 복합적인 이유로 승진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승진 포기 후 다양한 삶의 변화가 있었는데 이들은 승진 포기 후의 삶의 변화에 만족하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