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더 리포트] 알고 나면 허탈한 문학 이야기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그리스 신화를 마치 경전처럼 읽어왔다. 그리고 상당수의 내용은 모두 아는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이 내용 대부분의 출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이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작품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고전이다. 15권에 걸친 시로 되어 있다. 신화에 등장하는 온갖 사건을 다루었다. 키워드는 변신이다. 즉 신이나 인간이 별이나 나무나 동물 등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2백여 편 모아 놓은 것이다.

태초에 카오스로부터 시작하여 트로이전쟁, 로마건국신화를 거쳐 시저가 죽은 뒤에 별이 되는 내용으로 끝난다.

책은 그리스 신화의 백과사전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책은 후대에 나온 소설, 시, 희곡, 회화, 음악 에 걸친 많은 문학작품의 원전이 되었다.

고전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단테의 <신곡>이나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T. S. 엘리엇의 <황무지>까지 셀 수 없이 많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메아리의 요정 에코는 아름다운 소년 나르키소스를 사랑했으나 자기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자 그리움으로 해서 몸을 사그라들어 목소리만이 남게 되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치는 제 모습에 반하여 그만 빠져 죽고 말았다.‘

특히 퓨라무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는 가문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거의 비슷하다.

‘퓨라무스와 티스베는 바빌론에 살았는데 그들은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였다. 어느 날 그들은 니노스의 무덤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오해로 퓨라무스는 티스베가 사자한테 물려 죽은 것으로 잘못 알게 되었다. 그는 슬퍼한 나머지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고, 뒤늦게 여인의 죽은 모습을 본 티스베도 같은 칼로 자결하고 말았다.’

위대한 문호 셰익스피어 작품이 그렇다니, 허탈할 내용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에 다음과 같은 헌사를 올려야 할지 모른다.

‘지의 최전선은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다.’고 해야할 판이다.

물론 이 헌사의 주인공은 저 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토양이 된 숱한 이야기꾼이다.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간의 물어뜯는 이빨을 이겨낼 것이고 나의 이름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그 말은 실제가 되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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