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산책은 혼란스러운 잡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과 들리는 소리와 코로 들어오는 냄새는 머릿속을 지배하던 잡념에서 자유롭게 만든다. 그리고 인생의 더 깊은 본질이 뚜렷한 모습으로 손바닥 위에 놓인다. 그것이 산책의 묘미이자 목적이다.

산책의 시기론 5월, 지금이 제철이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들이 녹색 잎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허리 아래는 어떤가. 온갖 풀이 우거져 빈틈이 없다. 어디서 나와 어느새 숲을 이룬 풀들. 신기하기 짝이없다. 

신간 <작가의 산책>에 풀에 대한 아름다운 글이 있다. 풀숲을 바라보노라면 다음과 같은 찬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게 풀이란 아무리 작고 덧없을지라도 땅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눈이다. 촉각이다. 온각이다. ‘생명’이란 아무리 변덕스럽고 헛된 표현을 하더라도 아름다움이 있고 힘이 있고 광채가 있다. 수많은 물질 가운데 풀에 드러난 생명만큼 겸손하고 소박하며 정직하고 참을성 강한 것은 없다. 풀이야말로 내게는 ‘언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신기한 존재다. 발굽이 없는 탓에 한곳에 멈춰 선 작은 짐승이다. 성대가 없기에 평생 침묵을 지키는 작은 새다. -65~66쪽

<작가의 산책>은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다. 책에 등장하는 일본 작가들은 나쓰메 소세키처럼 하나같이 글 잘 쓰기로 유명한 대문호들이다. 앞의 글은 스스키다 규킨의 '풀밭 산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 정은문고/  2022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 정은문고/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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