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잠 잘 시간을 늘려주고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014년 9월 도입한 ‘9시 등교제’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는 10일 “곳곳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니 9시 등교제는 지역 현황과 가족 현실에 비춰볼 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등교 시간을 학교 재량에 맡기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9시 등교제’를 전면적으로 손 보겠다는 것이다.

즉각 진보진영 후보는 '9시 등교제'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날 진보측 단일후보로 추대된 성기전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는 보도자료를 내고 “9시 등교제를 폐지하겠다는 임 후보의 발언은 이 제도의 취지와 학교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단견적 공약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이재정 교육감의 업적 중 하나인 ‘9시 등교제’가 시행 8년만에 보수, 진보 후보의 대립속에서 그 존폐의 향방을 가름하는 운명에 놓이게 됐다.

임 후보의 이같은 ‘9시 등교제’ 폐지 공약발언은 그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해 왔던 진보색채 빼기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임 예비후보는 이미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상곤 전 교육감 시절부터 이재정 교육감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오던 ‘혁신학교’ 를 진보 교육감 13년의 최대 실책” 이라고 꼬집으며 대대적인 교육정책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임 후보의 폐지 공약으로 세간을 뜨겁게 달아 오르게 하고 있는 ‘9시 등교제’ 는 2014년 교육감 선거당시 진보측 이재정 교육감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교육감에 당선되고 2개월 뒤 전격 시행됐다. 도입 당시에도 찬반의견이 대립되며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왔다.

‘9시 등교제’는 도입당시 학생들의 인권을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등교시간을 늦춰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을 늘리고 아침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공교육 정상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통계수치는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작성한 2019년 경기도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경기도 중.고등학교 아침식사 결식률은 34.4%로 전국 33.6% 보다 0.8% 높고 전년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통계에서도 경기도 중.고등학생의 주중 평균수면 시간은 6.5시간으로 전년과 비슷했고 전국 6.3시간과 비교하면 0.2시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9시 등교제’의 생명은 보수, 진보 후보의 당락에 달렸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을 예고하고 있기도 한 ‘9시 등교제’는 정작 보수, 진보의 문제로 국한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등교시간 조정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구체적인 입시위주 교육의 변화, 공교육 위주의 교육 등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아울러 학생 개개인의 생활습관 변화와 다양한 교육겸험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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