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대립과 반목이 심한 시대다. 정치적 갈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 상황을 들여다보면 원인의 본질이 소통 부재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이 소통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나왔다.

 

신간 소설 <리슨 투 유>는 제목 속의 단어처럼 사람이 가져야할 기본덕목인 '듣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귀담아 듣는 일은 의무이자 자격이다."라고 말한다.

 

소설은 듣는 훈련이 없던 이들이 새롭게 듣는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내용이다. (소설의 끝에 가서야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되는 특이한 구조다.)

 

소통의 중요성은 모두 공감할 터. 문제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끌고 가며, 궁극적으로 재미와 공감을 주느냐다. 이 소설을 쓴 박진 작가를 만났다.

 

박진 작가.
박진 작가.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소통 혹은 불통은 얘기를 듣지 않기 때문인데 일부러 안 듣기도 하지만, 듣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어린 시절에 듣기를 배우지 못했거나 어른이 되어서는 배우면 안 되는 사회 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듣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 ‘리슨 투 유’를 쓰게 됐습니다.

 

-소통의 메시지를 소설화 한 아이디어를 소개해 주세요.

 

도심의 오피스텔 편의점 야외테이블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는 ‘Listen To YOU’라는 팻말을 세우고, 파라솔 아래에서 매일 꿋꿋하게 자리를 지킵니다. 사람들은 엉뚱한 짓거리로 여기지요. 어느 날 가출한 여고생이 처음 그 팻말 앞에 다가옵니다. 이어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어떤 인물입니까?

 

어린 시절 듣는 훈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살아 있을 때 보이지 않던 가족 관계가 엄마가 죽고 나서야 거미줄처럼 드러나 비로소 서로 듣게 됩니다.

 

-소설이 갖는 가치나 의의가 있다면.

 

수많은 자격을 운운하는 현시대에서 정작 가져야 할 인간의 기본적인 한 가지 자격을 돌아보는 소설입니다. 듣는 일은 의무이자 자격입니다. 이 소설은 듣기의 부재 때문에 일어나는 불행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듣기의 부활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작품의 가치와 의의가 있습니다.

 

-한 인터넷서점에 "여러 퍼즐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의 전개가 한 편의 스파이 영화"라는 후기가 있던데, 이 소설은 어떤 점에서 흥미로울까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공간의 사용과 인물의 등장이 통상적인 소설의 방식에서 벗어났다는 점, 두 가지로 보이는 이야기 줄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퍼즐이라는 점, 소설의 끝에 가서야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소설속의 명문장을 꼽는다면? 

81쪽입니다. ‘생명에 대한 우주적 선택에 대한 이해와 공감, 가치에 대한 인정 그리고 어떤 지위나 입장도 그것들에 앞설 수 없다는 걸 수긍하는 진심만이 소녀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이었다.’

-독자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자격을 운운하며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이득이 없는 얘기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시대에 아픔을 느낍니다. 바르게 듣는 것만으로 타인은 나의 사람이 되고, 나는 더 귀한 존재로 거듭난다는 믿음을 갖게 되길 소원합니다. 스펙이란 단어로 사람의 자격을 가늠하는 사회에,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중에 경종이 됐으면 합니다.

박진 작가는 10년 동안 국내 트렌드 분석기업의 대표이사 및 연구소장을 지냈다. 산업 분야와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국내 유수 기업에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3년 전부터 노동으로 밥벌이를 하며 소설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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