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촉각은 내 삶을 어루만지고 다름을 끌어안는 감각이다."

신간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에 나오는 문장이다. 곰곰 생각하며 곱씹다 보면 우리 마음의 황폐함의 원인 중 하나는 촉각의 부재가 아닌가 싶어진다. 

책은 한마디로 촉각에 관한 책이다. '몸과 마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터치의 과학'이란 부제가 더 이해하기 쉽다. 

무엇보다 고개를 끄덕일 문장이 많다. 

"만지는 행위는 한 인간이 세계를 탐구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15쪽

“우리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며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새로운 사람과 접촉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서툴러졌다.”-191쪽

'인류는 손으로 도구를 만들며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살을 부대끼며 사회를 이루었다'는 내용도 공감을 산다. 

지식도 그렇다. 

책에 따르면 동물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은 "영장류 무리의 털 고르기가 언어의 전신"이라고 주장했다. 인류의 문명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려진 해리 할로(Harry Harlow)의 ‘원숭이 애착 실험’도 등장한다. 

수건 뭉치와 함께 키워진 원숭이들은 철사 어미와 지냈던 원숭이와 달리, 북 치는 곰 인형처럼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용기를 가지고 접근한다. 부드러운 물건과 함께 자란 원숭이가 딱딱한 물건와 함께 자란 원숭이보다 훨씬 더 용감하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신체접촉이 터부시되고, 몸의 감각보다 화면 속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공감 능력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깊어지는 사회적 갈등과 혐오의 치유에 촉각의 복원이 한몫할지 모른다. 

수시마 수브라마니안 / 동아시아 / 2022년
수시마 수브라마니안 / 동아시아 /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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