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퓨전 판소리팀 이날치의 흥행성공엔 음악 ‘낯설게하기’를 통한 다양한 ‘전경화’ 효과가 있었다. 전경화는 춤, 노래, 이야기라는 3단계로 이뤄졌으며 그 결과 ‘희한하게 익숙하고 아름답게 낯선’ 음악이 창조됐다.

논문 <이날치’의 고전 현재화와 그 참여문화의 스토리텔링-음악 낯설게하기가 가져온 전경화와 그 효과들>(임형택, 온지학회, '온지논총', 2021)의 분석이다.

이날치는 전통 판소리를 팝스타일로 창작해 큰 인기를 끈 대중음악 밴드다.

전경화(前景化, foregrounding)란 독자를 상투적인 표현의 관례에서 이탈시킴으로써 새로운 지각작용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문광영) 프라하학파가 언어학과 시학에서 쓴 용어로 알려져있다.

논문에 따르면 먼저 춤의 전경화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이날치 공연의 몸-동작 즉 시각적 효과를 담당했는데, 글로벌 대중의 적극적 관심은 곧 다양하고 방대한 인터넷 밈들로 나타났다.

이어 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나타난 효과는 노래의 전경화였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리듬은 몸-동작뿐 아니라 몸-소리를 유발하므로 리듬의 소리 표출인 노래로의 관심이 확장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1년 내놓은 한국관광 바이럴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화면 캡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1년 내놓은 한국관광 바이럴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화면 캡쳐)

마지막은 이야기의 전경화다. 여기엔 특이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춤의 흥행과 달리) 이상하게도 노래의 인터넷 밈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 상황은, 더 오래전부터 나왔으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는 춤의 인터넷 밈을 상기하면 더욱 의문스러운 것이다. 이에 관한 대중의 입장은 이날치 노래는 따라부르기에 너무 어렵다는 토로였다. 

이 와중에서 예상되지 않았던 상황이 흥미롭게 전개됐다. ‘소리’를 할 줄 아는 전문가들이 이날치 노래의 재생산자로 호명된 것이다. 그들은 대중에게 판소리의 특성과 노래의 배경을 알려주고 나아가 이날치 노래를 가르쳐주었다. 대중이 노래 재생산의 주체는 아니되 판소리 명인·전공자를 호명하여 현대문화의 한마당에 세운 것은 대중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의 전경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노래를 익힌다는 것은 가사를 이해한다는 의미이며 이날치 노래는 곧 이야기(+하기)이기 때문이라는 것.

논문은 "이상의 점진적 전경화는 각 단계에서 스토리텔링을 생성하면서 판소리(고전) 현재화의 방법과 의미를 풍성하게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처음에는 포스트모던한 글로벌 대중의 성향이 탈장르적·혼종적인 이날치를 글로벌 문화의 장에 불러냈으나, 결국 그들의 관심이 한국문화의 정체성이 분명한 이야기로까지 확장됐다는 사실 역시 강조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논문은 "이날치가 남기는 성과를 고전 현재화의 한 전범(典範)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낯섦과 전경화가 유발하는 참여문화의 스토리텔링 효과를 적극적으로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통념을 깨는 낯설게보기와 파격, 실험정신은 예술을 이끌어온 동력이다. 국악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 전 분야에서 이날치의 성공을 숙고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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