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이진수기자] 시집이나 소설을 읽다보면 책의 맨 뒤에 실린 '작품 해설'란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국내작가가 초출한 작품집엔 ‘해설’이 붙어있다. 이 해설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이 질문을 연구한 논문이 있다.

<해설의 탄생-김현의 활동을 중심으로>(전철희,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연구', 2022)는 이 해설 관행이 시작된 경위를 밝힐 목적으로 썼다. 

논문은1960년대에 출간된 작품 중 표본을 선별하여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당시까지는 해설을 붙이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으며, 1968년에 김현과 최인훈만이 해설을 썼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김현은 이후에도 많은 책에 해설을 썼고, 1970년대 초반에는 민음사의 기획자로 많은 국내문학책 뒤에 해설을 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김현이 해설을 지속적으로 수행한 동기다. 논문 필자는 이를 위해선 신구문화사의 ‘현대한국문학전집’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집은 각권의 말미에 여러 평자들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병치한 구성이었고 그때 김현과 염무웅은 대립적 논지의 ‘해설’을 통해 경합을 펼쳤다고 한다.

특히 이후 출간된 최인훈의 책에 김현의 단독해설이 붙었는데, 이는 김현의 해석을 추인하고, 다른 독법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당파적 목적으로부터 비롯된 선택이었다고 필자는 주장했다.

"요컨대 해설은 작품을 무비판적으로 상찬하려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관들이 발아하던 1960년대의 논단에서 특정한 독법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술적 수단으로 고안된 셈이었다."

또한 논문은 "1960년대 중반부터 한국문학에 대한 귀납적 평가를 강조하던 김현에게 해설은 동세대의 한국문학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창구로도 의미를 가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해설'은 한국의 평단에서 소기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증명한다"고 결론지었다.

김현은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비평의 대명사' 같은 문단의 거목이다. '비평 분야에서 여러 가지 선구적 업적을 남겼으며 많은 이론적 틀을 마련한' 문학평론가이다.

김현의 평론집 중 하나. (문학과지성사)
김현의 평론집 중 하나.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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