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온 국민의 아픔이 절절히 밴 세월호 사건. 만약 작곡가인 당신에게 그 추모곡을 부탁한다면 어떨까. 아마 막막할 터이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존 애덤스는 2002년 1월 9.11 테러 사건에 대해 같은 제안을 받았다. 세계무역센터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존 애덤스는 고민에 빠졌다. 범접하기에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하기에 20세기 미국의 모든 관현악 레퍼토리 가운데 이 특별한 역사적 순간에 부응할 만한 작품은 없는 듯했다. 그럼에도 9.11 테러를 음악으로 표현해야 했다 두렵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궁리 끝에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둠이 내리면 결코 침묵하지 않는 그 도시의 소리를 녹음했다. 새벽 3시에도 교통 소음이며,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이며, 발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벽에서 발견한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연을 읽으며 이 소리들의 콜라주를 만들어내고, 이를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덧입혔다. -p.281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에 나오는 이야기다. 역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겪었던 작곡가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다는 프랑스의 유력 방송사 ‘유럽1’의 문학·과학 담당 기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했던 로르 도트리슈다. 

태양왕 루이 14세부터 9·11 테러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역사가 되어야 했던 작곡가들의 삶을 생생히 전한다.

이 책의 키워드는 제목처럼 음악과 역사다. 음악은 사회와 역사로부터 떼어낼 수 없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 메시지를 명언으로 대신한다.

"모든 음악은, 가장 개인적인 음악조차도, 침해할 수 없는 고유한 집단적 내용을 지닌다."-아도르노

로르 도트리슈 저/ 이세진 역 /프란츠/2022년
로르 도트리슈 저/ 이세진 역 /프란츠/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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