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리포트=조아람기자] 조선시대 숙종 대의 문화적·정치적·지적 도전의 과정을 다면적으로 살핀 책이 나왔다.

신간 <숙종 시대 문명의 도전과 지식의 전환>은 중화라는 단일한 문명의 이념과 서학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자원이 동시에 작동하던 시기를 다뤘다.

책에 따르면 숙종은 궁궐 안에 이미 멸망한 명(明)을 기리는 제단인 대보단을 설치함으로써 문명의 유일한 계승자라는 신호를 발신한다. 

이는 조선 내부에서 경쟁하고 갈등하는 정치 세력을 향했고, 조선 내에서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문명의 유일성을 강조하는 이 신호가 조선 왕실과 지배층에 재귀적으로 수렴되었다면, 중국을 거쳐 조선에 유입된 서양의 지식과 기술은 새로운 문명이 발산하는 신호였다. 

저자는 "숙종 대는 존주대의(尊周大義) 혹은 대명의리론(大明義理論)으로 대표되는 문명의 유일성이 조선 내부의 정치적·지적 실천을 강력히 규제하던 이념의 시대지만 동시에 예수회 선교사로부터 수혈된 새로운 지식, 서학(西學)으로 인해 중국 이외에 복수(複數)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하기 시작한 분기점이기도 하다"며 "조선 후기의 지적 폭발은 단속적이거나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지난 시대부터 축적된 지적 에너지와 긴장이 개별적인 계기 혹은 인물을 만나 응집되고 발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숙종 재위기의 조선을 읽는 경로를 입체적인 각도에서 새롭게 설정하는 것은 조선 후기 학풍의 변화를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선희/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2
김선희/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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